고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왼쪽)와 마루카와 다마요 도쿄올림픽 담당상. 도쿄/AFP AP 연합뉴스
3일 개각과 관련해 일본에서 가장 큰 화제를 불러 모은 인물은 마루카와 다마요(45) 도쿄올림픽 담당상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 준비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하는 마루카와 담당상과 고이케 유리코(64) 도쿄 도지사(무소속)가 이름난 ‘앙숙’이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은 4일 두 사람의 악연을 소개하며 올림픽 준비가 차질없이 이뤄질 지 우려된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마루카와 담당상은 최근 도지사 선거에서 고이케의 ‘저격수’ 구실을 담당했다. 그는 자민당이 지원한 마스다 히로야 후보의 지원유세 과정에서 “(고이케는) 팀플레이가 안 되는 인물이다. 이런 사람을 도지사로 만들어선 안 된다”, “도의회와 싸우려는 사람이 지사가 되면 2~3년이 눈 깜짝할 새 지나버린다”며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물론 개각 발표 뒤 고이케 도지사는 마루카와 담당상에 대해 “매우 총명한 분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했고, 마루카와 담당상도 “도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하겠다”며 덕담을 주고받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나 애초 올림픽 유치를 준비할 땐 7300억엔이면 된다던 관련 비용이 2조~3조엔으로 폭등한 상태다. 게다가 고이케 도지사는 폭증한 올림픽 예산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공약으로 표를 끌어모아 당선됐다. 그는 취임 이틀째인 2일 “예산의 경중, 준비태세, 공정 타당성을 조사하겠다”며 올림픽 관련 예산을 검증하는 조사팀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올림픽 개최 비용 분담을 둘러싸고 서로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쿄도의 한 간부는 <마이니치신문>에 “이 멤버로는 소동이 있을 수 있다. (양쪽 모두) 어른처럼 대응해줬으면 한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결국,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나섰다. 아베 총리는 4일 총리관저에서 고이케 도지사와 만나 “올림픽 성공을 위해 정부와 도쿄도가 협력해야 한다. 그게 민의”라고 말했다. 선거의 앙금을 털고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힘을 합치자는 취지였지만, 회담 시간이 10분에 그쳐 양쪽 사이에 여전히 적지 않은 감정이 남았음을 드러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