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실즈(SEALDs·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긴급행동) 회원들이 지난 3월 도쿄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안보법제 반대’와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쿄/ 위키피디아 갈무리
지난해 9월 일본의 안보법제 투쟁을 주도했던 실즈(SEALDs·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긴급행동)가 15일 1년 3개월만에 해산한다.
<마이니치신문>,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14일 일본의 71번째 패전일인 15일 기성 정당이나 운동단체에 의존하지 않고 참신한 표현과 운동 방식으로 안보법제 반대 운동을 벌여 온 자발적 학생 모임인 실즈가 해산한다고 밝혔다.
실즈는 일본의 헌법기념일인 지난해 5월3일 결성됐다. 도쿄의 메이지학원대, 릿교대, 조치대 학생들이 중심이 된 실즈는 ‘라인’ 등 새로운 통신수단을 활용해 국회 앞 등에서 발빠른 집회를 이어왔다. “아베 총리 재수 없어요!” 등 재미있는 구호를 내세운 이들의 참신한 활동은 기성 정치권이나 노조 등을 중심으로 한 기존 사회운동에 염증을 느껴온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9월 국회 앞에 무려 12만명의 시민이 운집하는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기도 했다. 1960년대 안보 투쟁 이후 이런 인파가 모인 건 처음이었다.
실즈의 명성을 높인 데에는 이 모임의 대표격으로 활동해 온 오쿠다 아키(24)의 달변이 있었다. 그는 지난해 9월15일 국회 중앙공청회에 나서 “우리가 말을 하면, 너는 전문가가 아니라 학생인데, 주부인데, 월급쟁이인데, 프리터(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젊은이)인데 왜 목소리를 높이냐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시민들의 평소 노력 없이는 민주주의나 헌법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고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당당히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거리의 정치’에선 큰 성과를 거뒀지만, 일본 사회를 직접적으로 바꾸기 위한 ‘제도의 정치’에선 잇따라 패배했다. 실즈는 안보법제에 반대하는 다른 단체들과 지난해 12월 ‘안보법제의 폐지와 입헌주의의 회복을 요구하는 시민연합’ 등을 결성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는 산파 역할을 했다. 선거에서 선전했지만, 결국 자민당 등 개헌세력의 3분의 2 의석 확보를 막아내지 못했다. 이어진 7월25일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도 야권 단일후보를 지원했지만 보수적 색채의 고이케 유리코 지사의 당선을 막아내지 못했다.
실즈의 중심 멤버 오쿠다는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해산이) 쓸쓸하지 않다. 앞으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믿는다. 해산이 아쉽다고 느끼면 (시민들이) 스스로 활동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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