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이 이전과 달리,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요구하지 않은 채 한일관계 개선만 강조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5일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해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인 해결을 합의한 것을 고려해 안전보장 등의 변에서 일본과 협력을 심화해가겠다는 의욕을 보인 것이라 받아들여진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어 “이번 연설에서 대일관계에 대해 언급한 것은 ‘한·일 관계도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는 부분 밖에 없다”며 “미래지향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을 봐 (박근혜 정권이) 일한관계의 개선을 추진해 가겠다는 자세를 강조한 모양새”라고 전했다. <아사히신문>도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늘 위안부 문제를 언급했지만 “이번엔 처음으로 언급을 피했다. 이번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합의를 반대하는 일부 ‘전 위안부’(위안부 피해자)들과 지원단체로부터 반발이 나올 것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지난해 12·28 합의에 대해 긍정·부정적인 평가는 물론 ‘위안부’라는 단어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이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에 대해 언급한 것은 “한·일 관계도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는 한 문장이었다. 이는 역대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가운데 한·일 관계 부분으로선 가장 간략한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이날 직접 읽은 경축사 전체는 200자 원고지 53장, 6500자 분량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최근 일본 정부가 12·28 합의에 바탕해 설립된 ‘화해·치유 재단’에 10억엔을 조기출연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아무런 평가나 언급도 하지 않았다. “국내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아사히신문>의 해석이 설득력을 갖는 대목이다.
이에 앞서 <아사히신문>은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이 예정된 광복절 이전에 10억엔 출연과 관련한 큰 틀에서의 합의를 양국 당국자가 강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한국 쪽에서 (박 대통령의) 연설을 ‘미래지향적’ 내용으로 할 수 있도록 일본 쪽에 15일 이전에 결정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꺼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14일 “일본 쪽에 광복절 같은 특정한 시점을 요구한 건 없다”며 보도내용을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15일 경축사에서 “한일 관계도 ‘미래지향적’ 관계로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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