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 “위안부 문제 한 마디도 거론 안해”…칭찬 일색
중국은 ‘과거와 달라졌다’며 불편한 기색
한국이 한-미-일 3각동맹으로 흡수되는 변곡점으로 보는 듯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재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해 중국과 일본 언론이 정반대의 평가를 내놨다. 일본에선 박 대통령이 역사 문제 대신 ‘미래지향’을 강조한 데 대해 칭찬 일색이었지만, 중국 언론들은 한국의 태도가 과거와 달라졌다며 껄끄러운 반응을 보였다.
일본 보수의 정서를 대변하는 <요미우리신문>은 16일 사설에서 박 대통령이 한-일 관계에 대해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역사 인식과 관련해 일본에 주문을 걸지도 않았다. (박 대통령이) 역사 문제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자세를 고친 것은 (양국 간) 관계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니치신문>도 ‘온건했던 광복절 연설’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을 경계하는 말을 거듭하고 위안부 문제의 조기 해결을 촉구해 온 지난해까지 광복절 경축사와는 달랐다. 일·한의 정치지도자들이 지난 수년 동안 내셔널리즘을 자극해 상호간의 국민감정을 악화시켜왔다.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환구시보>는 이날 “한국의 전임 대통령 두 명(이명박, 노무현)은 모두 일본에 대해 매서운 입장을 내놨다는 데 주목한다”며 일본에게 “과거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2006년)을 요구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일본과의 과거사에 얽힌 사슬이 한·일 양국뿐 아니라 동북아의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지체시키고 있다”(2012년)고 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 내용을 소개했다.
중·일 양국이 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에 이어, 이번 연설이 한국이 한-미-일 3각 동맹으로 흡수되어가는 현실을 공식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니치신문>은 “(현재) 동북아시아의 정세는 점점 엄혹해지고 있다. 일·한 양국에게 미국을 포함한 3국 연대는 중요하다”고 밝혔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예 “(양국간) 정보를 더 긴밀히 공유할 수 있는 일-한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체결을 서두르고 싶다. 한국의 사드 배치에 반발하며 북한 쪽으로 기우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에 대한 대응도 일-한 공통의 과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이번 축사에서 일본에 역사를 직시하라고 한 한국 정부의 일관된 기조를 바꿔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자고 말했다. 미·일·한 군사동맹 방향으로 다가가는 한국 정부의 태도가 매우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도쿄 베이징/길윤형 김외현 특파원 charisma@hani.co.kr[관련 영상] 거침없는 민심 역주행 /더정치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