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앞줄 가운데) 일본 총리가 27일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에서 아프리카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나이로비/교도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아프리카 개발회의’(TICAD6)에 참석해 3조엔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또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잇는 ‘자유롭고 열린 바다’를 역설하며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했다.
아베 총리는 27일 오전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열린 아프리카 개발회의 기조연설에서 “2016년부터 3년 동안 민간기업 투자를 포함해 총액 300억달러(약 3조엔)의 투자를 할 것이다. 이는 아프리카의 미래를 믿는 투자, 일본과 아프리카가 서로 성장하기 위한 투자”라고 역설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일-아프리카 관민경제 포럼’이라는 상설 기구를 만들어 3년에 한번씩 일본의 관료, 경제단체, 기업 경영자들이 아프리카를 방문해 정치·경제적인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번에 케냐에서 개최된 ‘아프리카 개발회의’는 일본이 아프리카의 경제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1993년 설립한 것이다. 그동안엔 5년마다 한번씩 일본에서 회의를 열었지만, 이번 회의부터 기간을 3년으로 줄이고 일본과 아프리카를 오가며 개최하게 됐다.
이날 연설에서 가장 눈에 띈 대목은 자원개발을 앞세워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였다. 아베 총리는 연설 말미에 “일본은 태평양과 인도양,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교류를 힘과 위압 없이 자유와 법의 지배,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장으로 길러내 풍요롭게 하는 책임을 지겠다. 양 대륙을 잇는 바다를 평화롭고, 규칙이 지배하는 바다로 만들기 위해 아프리카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 싶다. 그것이 일본의 염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힘을 배경으로 동·남중국해에서 자국의 권익 확대를 꾀하는 중국의 강경한 모습과 대비를 이뤘다. 자신의 새로운 외교전략인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아프리카에는 자원 개발을 위한 중국 기업들의 진출이 이어져 사회 전체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해 12월 중국·아프리카협력 포럼을 통해 이번에 일본이 밝힌 지원액의 2배인 600억달러의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강압적인 투자 방식으로 인해 아프리카의 반발도 커져 있는 상태다. 특히 올들어 중국 경제가 부진에 빠지면서 중국에 대한 광물 수출 의존도가 높아져 있는 아프리카 경제도 덩달아 휘청이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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