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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주식 늘린 일본 공적연금, 6개월새 110조원 날려

등록 2016-08-29 22:01

주식투자 50%까지 허용한 여파
연금운용, 안정보다 ‘수익성’ 무게
증시 변동에 연동…취약성 커져
야당 “실패한 정책” 쟁점화 별러

한국 45%로 늘릴 계획 ‘변동성 취약’
일본이 공적연금 적립금의 주식투자 비율을 50%로 늘린 뒤 연금 운용이 주가 변동에 매우 취약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아베노믹스로 인해 주가가 오를 땐 큰 수익을 거뒀지만, 올해 들어 신흥국 경제 부진과 엔고(엔화 강세) 여파 등의 영향으로 반년 만에 무려 10조엔(약 110조원) 넘는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한국의 국민연금공단에 해당하는 일본의 연금적립금관리운영독립행정법인은 지난 26일 올해 2분기인 4~6월 운용실적을 공개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 중국 등 신흥국 시장 부진, 엔고로 인한 일본 기업들의 실적악화 우려 등 삼중고를 이기지 못하고 석달 만에 5조2342억엔(57조6000억원, 수익률 -3.88%) 운용 손실을 기록했다. 연금관리법인은 지난 1~3월에도 4조7990억엔의 손실을 내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공적연금 적립금 평가액이 올 들어 반년 만에 10조332억엔(110조5000억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공적연금 적립금이 이런 천문학적 손실을 기록하게 된 원인으로 2014년 10월 단행된 정부의 ‘주식투자 비중 확대’ 정책이 꼽히고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2013년 4월 단행된 아베노믹스의 뒤를 받쳐 주가를 부양하고, 적립금의 운용 수익원 확대·다양화를 위해 연금관리법인의 주식투자 비율을 24%에서 50%까지 2배로 늘렸다.

이에 따라 한때 일본 공적연금 자산의 60% 이상을 차지하던 국내채권 비중은 6월 말 현재 39.15%로 뚝 떨어졌다. 이를 외국 주식(21.31%)과 국내 주식(21.06%)이 메우면서 전체 자산 가운데 주식 비율이 20%대 초반에서 42.37%로 올랐다. 당시 후생노동성은 주식투자 비율을 늘리면서 “연금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국채 중심보다 주식에 대한 분산투자가 낫다”는 이유를 들었다. 연금 운용 방침의 무게중심을 전통적 가치인 ‘안정’보다 ‘고수익’으로 이동한 것이다.

아베노믹스 효과로 주가가 오를 땐 ‘장밋빛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연금관리법인은 주식투자 비중을 높인 첫 회계연도인 2014년(2014년 4월~2015년 3월)에는 15조2922억엔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엔고로 주식시장이 흔들리면서 지난해 (회계연도) 5조2098억엔 손실로 반전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4~6월 5조엔 넘는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연금관리법인이 공개한 4~6월 운용실적을 보면, 중국 등 신흥국 경제위축과 엔고 여파로 외국과 국내 주식 양쪽에서 각각 2조4107억엔과 2조2574억엔의 손실이 났다. 그나마 국내 채권에서 난 이익(9383억엔)으로 손실 폭을 줄일 수 있었다. <아사히신문>은 “공적연금의 주식투자 비율을 50%로 늘린 2014년 9월부터 올 6월까지 누적 손익을 살펴보면 오히려 1조962억엔의 손해가 났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올가을 임시국회부터 공적연금 손실을 따져 물을 계획이다. 야마노이 가즈노리 민진당 국회대책위원장 대리는 26일 민진당 연금 관련 회의에서 “주식투자 비율을 배로 늘린 것은 실패였다”고 선언했다.

한편, 한국의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국민연금 중기(2017~2021년) 자산배분안’을 확정해 지난해 말 32.3%였던 주식투자 비율을 2021년 말까지 45% 안팎으로 늘리기로 했다. 일본과 달리 주식비중 확대를 몇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늘린다는 차이가 있기는 하나, 일본은 경제 규모가 크고 내수 비중이 높다는 점과 견줘볼 때, 한국 국민연금은 시장 변동성에 따른 충격이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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