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2회 러시아 극동개발 위한 ‘동방경제포럼’ 개회
영토문제 앞세우는 일본, 경제협력 앞세우는 러시아 치열한 줄다리기
박근혜 대통령도 주빈 초청, 3일 기조연설 예정
영토문제 앞세우는 일본, 경제협력 앞세우는 러시아 치열한 줄다리기
박근혜 대통령도 주빈 초청, 3일 기조연설 예정
“블라디미르의 방일을 전제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양국 협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아베 총리)
“총리와 모든 이들의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을 환영한다.”(푸틴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했다. 아베 총리는 오후 5시에 시작된 정상회담의 모두발언에서 푸틴 대통령을 성이 아닌 ‘블라디미르’로 부르며 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기 위해 애썼다. 이날 회담엔 일본에선 전날 ‘러시아경제분야협력담당상’으로 임명된 세코 히로시게 경제재생상, 러시아 쪽에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 직후 기자단에게 “푸틴 대통령과 상당히 깊이 있는 대화를 했다. 11월엔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 그 이후 12월15일엔 푸틴 대통령을 내 고향인 야마구치현 나가토시로 초청해 다시 한번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회의 일정 없이 일본을 방문하기는 2005년 이후 11년 만이다.
푸틴 대통령의 방일은 ‘극동 경제개발’을 중시하는 러시아와 북방영토(쿠릴열도 남단의 4개 섬) 반환을 위한 협상의 돌파구를 열려는 일본의 ‘동상이몽’이 있었기에 실현됐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부터 러시아 소치에서 이뤄진 정상회담에서 ‘에너지 개발협력’ 등 8개 항목의 협력 계획을 푸틴 대통령에게 전하는 등 대러 외교에 공을 들였다.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일종의 ‘미끼’였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방러에 앞서 “푸틴 대통령과 함께 흉금을 열고 차분히 대화를 나눠 평화조약, 영토문제에 대해 전진을 시키고 싶다는 결의”를 다시 한번 밝혔다.
이에 견줘 러시아는 2014년 3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이어지는 서구의 경제봉쇄와 유가 하락으로 인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과 경제협력이 필요하다. 이런 난국을 해소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극동 개발에 한·일 등 주변국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동방경제포럼’을 창설해 올해 2회째를 맞고 있다. 이번 포럼엔 아베 총리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도 주빈으로 초청돼 3일 기조연설을 한다. 이번 포럼엔 유럽과 미국의 정부 대표는 참석하지 않지만, 미국·영국·독일을 포함한 세계 28개국에서 57개 기업이 참석한다.
그러나 앞으로 러-일 협상은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일본이 1956년 ‘소·일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하보마이와 시코탄 등 2개 도서의 반환을 우선시한다면 경제협력은 물론 영토협상에서도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최근 소·일 공동선언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해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여러 생각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정부는 4도 귀속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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