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지금은 행동의 시기”
‘전쟁 가능한 국가’ 변신 재촉
자위대 역할 날로 확대
‘전쟁 가능한 국가’ 변신 재촉
자위대 역할 날로 확대
19일 오후, 가을 부슬비를 뚫고 도쿄 지요다구 일본 국회의사당 앞으로 2만3000명의 일본인들이 모여들었다. 1년 전 이날 일본 정부는 수많은 시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안보 관련법 제·개정안을 강행 통과시켰다. 일본인들은 1960년대 ‘안보투쟁’ 이후 최대인 12만여명이 국회 앞에 모여 반대 집회를 이어갔지만 아베 신조 정권의 폭주를 이기진 못했다.
1년 전 그 자리에서 안보법 제·개정 반대 운동에 앞장섰던 ‘총결집행동 실행위원회’가 “전쟁법 강행 통과로부터 1년, 우리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집회를 다시 열었다. ‘수도권 학생 네트워크’ 소속 학생들이 비옷을 입고 “전쟁법을 폐지하라” “헌법 개악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외쳐댔다. 오카다 가쓰야 전 민주당 대표와 시이 가즈오 공산당 위원장이 안보법 폐지를 위한 야당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1년 동안 미-일 동맹 강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자위대의 질적 변화와 관련된 준비는 착착 진행돼 왔다. 가시적인 변화는 11월 남수단에 파견되는 자위대 평화유지작전(PKO) 부대를 통해 처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오모리에 주둔 중인 육상자위대 9사단을 중심으로 꾸려지는 이 부대는 지난 14일부터 주변 타국군이나 민간단체들이 공격받을 경우 무력을 사용해 이를 격퇴하는 이른바 ‘출동경호’ 등에 관한 훈련을 시작했다. 가와노 가쓰토시 통합막료장(합참의장)은 “(대원들의) 무기 사용에 잘못이 없도록 철저하게 훈련을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11월 교대되는 부대가 실제 출동경호를 임무로 부여받을지는 10월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만약, 자위대가 남수단에서 출동경호 작전에 나서게 되면, 일본은 전후 71년 만에 자국이 공격당하지 않았음에도 무력을 사용하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
이어 주목받는 것은 해상자위대가 미군 함정을 보호하는 훈련이다.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미·일이 자위대가 미군 함정을 방어하는 공동훈련도 실시하느냐란 질문에 “그런 문제에 대해 (군 당국 사이의) 인식을 분명히 일치시키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않겠냐”라며 관련 훈련을 시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와 관련된 첫 훈련이 10월 말부터 미·일 양국이 괌 주변 해상에서 진행할 예정인 ‘킨 소드’ 훈련에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일 해군이 공동작전을 전개하는 지역은 단기적으론 동중국해, 중·장기적으론 남중국해가 될 수밖에 없어 미-일 동맹과 중국 사이의 전략적 긴장은 점점 더 고조될 전망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2일 자위대 장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위한) 제도적 틀은 만들어졌다. 지금이야말로 ‘행동의 시기’”라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