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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 돈먹는 원자로 ‘몬주’ 폐로…핵연료 플루토늄은 포기 안해

등록 2016-09-21 22:07

1조엔 들이붓고 전력생산은 ‘0’
핵탄두 6000발 분량 플루토늄
보유 정당성 사라졌지만
‘핵연료 사이클 정책’ 고수
북핵과 이중잣대 ‘갈등의 핵’
일본이 핵무기 수천발분에 해당하는 막대한 플루토늄 보유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왔던 고속증식로 ‘몬주’를 사실상 폐로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21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원자력 관계각료 회의’를 열어 그동안 1조엔(10조9300억원) 넘는 자금이 투입된 몬주에 대해 “폐로를 포함해 올해 말까지 최종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몬주는 일본이 원자력 발전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1956년부터 추진해온 ‘핵연료 사이클’ 정책을 지탱하는 핵심시설로 주목받아왔다. 핵연료 사이클이란 핵발전 뒤에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나오는 플루토늄을 다시 핵발전에 활용해 추가적인 에너지 투입 없이 영원히 전기를 생산하는 구상을 뜻한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1994년 플루토늄을 핵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원자로인 몬주를 완성했다. 그러나 몬주는 1995년, 2010년 두 차례의 시험 가동 때 중대사고를 일으켜 지금껏 1㎾h의 전력도 생산하지 못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폐로를 포함한 근본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일본이 몬주를 포기함에 따라 48.7t(핵무기 6000발분)에 이르는 막대한 플루토늄 보유를 정당화할 명분도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프랑스 업체와 제휴해 몬주를 대체할 새로운 고속증식로 실용화를 추진하는 등 핵연료 사이클 계획을 포기할 뜻이 없음을 내비치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지난 7월 공개한 ‘일본의 플루토늄 관리 상황’ 자료를 보면, 2015년 말 현재 일본이 보유한 플루토늄은 47.8t이나 된다. 핵탄두 1개 제조에 8㎏의 플루토늄이 필요하다고 볼 때 무려 6000발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일본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인정하고 있는 핵보유국은 아니지만 언제든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은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일본이 보유한 막대한 플루토늄과 95% 넘는 안정적인 발사율을 자랑하는 H2A 등 선진적인 로켓 발사 능력이다. 중국의 부상과 북핵 위협, 한국 우익들의 무분별한 ‘핵무장론’ 등에 맞서기 위한 안전장치로 그동안 애써 만들고 보관해온 플루토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에둘러 밝힌 셈이다.

21일 총리관저에서 열린 ‘원자력 관계각료 회의’에서 일본 정부는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을 중심으로 하는 ‘고속로 개발회의’를 만들어 올해 안에 새로운 고속로 개발 방침을 확정하기로 했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프랑스가 2030년까지 운전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고속로 아스트리드(ASTRID) 개발에 일본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별도로 일본은 플루토늄을 우라늄에 섞어 만든 ‘엠오엑스(MOX)연료’를 일반 원자로에서 소비하는 ‘플루서멀’ 계획도 개발 중이다.

이제 최대 관심사는 2018년 7월 만료되는 미-일 원자력협정의 연장 여부다. 일본은 1980년대 6년에 걸친 치열한 협상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포함한 핵 활동에 대한 ‘포괄적 (사전)동의’를 확보한 상태다. <마이니치신문>은 고속로 개발과 플루서멀 계획 등에 진전이 없으면 “미국이 협정(유효 기간 30년)의 자동 갱신에 제동을 걸고 나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도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미국에 일본과 같은 재처리 권한을 요구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일본은 비핵국 가운데 미국이 재처리 권한을 인정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다.

마지막 변수는 2019년 상반기 완공 예정인 롯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이다. 이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일본은 매해 8t이나 되는 플루토늄을 추가로 보유할 수 있게 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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