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도쿄 요요기공원에서 열린 ‘9·22 사요나라(안녕) 원전, 사요나라 전쟁 대집회’에 참석한 후쿠시며현 주민들이 참사로부터 5년이 지난 현재 후쿠시마현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반드시 이길 겁니다. 왜냐면, 이길 때까지 싸울거니까요.”
22일 ‘9·22 사요나라(안녕) 원전, 사요나라 전쟁 대집회’가 열린 도쿄 요요기공원의 야외음악당은 세찬 가을 비 속에서도 활기에 가득 차 있었다. 지난 3·11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끈질기게 탈핵 운동을 전개해 온 일본 시민들이 매우 의미 있는 ‘승리’를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사고 위험이 일반 원자로에 견줘 너무 높아 ‘악마의 원자로’라 불리는 고속증식로 ‘몬주’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전날 폐로 결정이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사요나라 원전, 1천만 서명 시민의 모임’(이하 시민의 모임)의 사와치 히사에(작가)는 “정부는 몬주는 없앤다는 결정은 내리면서 왜 몇년 안에 원전을 없앤다는 용기 있는 얘긴 못하는가”라고 말했다.
5년 전 3·11이라는 끔찍한 참사를 겪은 일본 사회는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는 아베 정권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일본인들은 아베 정권으로부터 ‘탈핵 선언’이라는 백기를 쟁취하진 못했지만, 정권이 원하는 대로 원전 재가동이 손쉽게 추진되는 상황도 아니다. 현재 일본에 남은 43개 원자로 가운데 가동 중인 원자로는 센다이 원전 1·2호기, 이카타 원전 3호기 등 3기뿐이기 때문이다. 시민의 모임의 발기인인 작가 가마타 사토시는 “원자력 행정은 이미 막다른 길에 몰려 있다. 정책을 전환시키는 큰 물결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집회한 일본 시민들이 3·11 후쿠시마 원전 참사로 인한 피해를 국가와 도쿄전력이 전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편침막을 들고 있다.
탈핵과 관련해 일본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지난 4월 구마모토 지진 발생 이후 ‘일시 정지’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고시마현 센다이 원전이다. 지난 7월 ‘원전의 일시 정지’를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미타조노 사토시 가고시마현 지사는 규슈전력에 2번이나 “원전을 일단 정지하고 재점검을 할 것”을 요구했지만 뜻을 이루진 못했다. 구마모토 지진의 진원지였던 마시키마치에서 원전까지의 거리는 150㎞지만, 경주와 고리 원전의 거리는 겨우 20여㎞다. 미타조노 지사의 원전 정지·재점검 요구는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고리 원전에서도 참고해야 할 지적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생명보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원전 마피아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몬주의 입지 지자체인 후쿠이현에서 온 미야시타 쇼이치 ‘원자력발전에 반대하는 후쿠이 현민회의 사무국장’은 “몬주는 냉각재로 금속 나트륨을 쓴다. 공기에 닿으면 불이 타고, 물과 닿으면 폭발이 일어난다.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제어를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플루토늄의 반감기는 무려 2만4000년이기 때문에 몬주에서 후쿠시마급의 사고가 발생하면 일본 국토의 절반은 영원히 인간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된다. 미야시타 사무국장은 “그런데도 후쿠이현의 쓰루가 시장이나 후쿠이현 의회 등은 몬주 폐로에 반대하고 있다. 현민의 건강이나 목숨보다 눈앞의 경제적인 이익과 자신들의 지위만을 생각하는 이들”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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