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 일왕이 26일 임시국회 개회식에서 일왕이 국회 개막 때 하는 관례적인 인사말인 ‘오코토바’가 담긴 문서를 건네받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일본국회 개회식 연설서
‘기본가치 공유국’ 표현 안 살려
‘기본가치 공유국’ 표현 안 살려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 간 12·28 합의 이후에도 한국에 대해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26일 오후 일본 국회 제192회 임시회 개회식에서 진행한 ‘소신 표명’ 연설에서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다. 미래지향적인 상호 신뢰를 기초로 새로운 시대의 협력 관계를 진화시켜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4년까지 사용하던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는 표현은 이번에도 사용하지 않았다.
한·일 양국 정부는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통해 양국이 자유, 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법의 지배 등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임을 선언한 뒤 2000년대 ‘한류 붐’ 등으로 상징되는 양국 간 황금기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양국 간 관계 경색 등을 이유로 2015년 2월 한국에 대해 ‘기본적인 가치 공유’라는 표현을 삭제한 채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고 짧게 언급한 데 이어, 지난 1월에도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아베 총리의 이런 발언은 한국이 북핵 문제 등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협력해야 할 ‘비즈니스 파트너’일 뿐,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친구’는 아니라는 인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신 러시아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아베 총리는 이날 러시아를 일본의 ‘외교와 안전보장의 기축’인 미-일 동맹에 이어 2번째로 언급했다. 아베 총리는 “이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14번째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국 간의) 영토 문제를 해결해 전후 70주년이 지나도록 평화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이상한 상태에 종지부를 찍어 경제와 에너지 분야 등 일-러 협력의 큰 가능성에 꽃을 피우겠다”고 선언했다. 일본 내에선 아베 총리가 12월15일 푸틴 대통령의 일본 방문 때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영토 문제에서 큰 진전을 이끌어낸 뒤 이에 대한 신임을 묻는다는 명분으로 12월말~내년 1월초에 중의원을 해산할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중국에 대해선 “중국의 평화적인 발전을 환영한다. (중·일 양국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 세계경제에 큰 책임을 가진 것을 함께 자각하고 전략적인 호혜 관계의 원칙 아래 대국적인 관점에서 관계 개선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