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일본

일본 과학자 노벨상 수상 행진…비결은 ‘사회 기반’에 있었다

등록 2016-10-04 16:22수정 2016-10-04 22:01

2000년 이후 일본 노벨상 수상자만 무려 17명
전후 최고 호황을 누리던 70~90년대 연구 성과
수상자들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라”며 독창성 강조
2010년대 들어 논문수 등 줄어 장기 전망은 비관적
오스미 요시노리(71) 일본 도쿄공업대 영예교수가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일본 주요 신문이 4일 1면에 크게 다뤘다. 도쿄/연합뉴스
오스미 요시노리(71) 일본 도쿄공업대 영예교수가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일본 주요 신문이 4일 1면에 크게 다뤘다. 도쿄/연합뉴스
일본 과학자들의 노벨상 수상 ‘러시’가 이어지며, 사회 각 분야에서 놀라운 과학적 성과를 쏟아내고 있는 일본 사회의 ‘비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수십년 동안 이어갈 수 있는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 이를 뒷받침해 온 융통성 있는 지원 시스템, 30~40년에 걸쳐 한 분야의 우물을 파는 일본인 연구자들의 근면성 등을 주요 이유로 꼽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이 배출해 낸 노벨상 수상자는 1949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유카와 히데키(1907~1981) 이후 25명이다. 이 가운데 2000년 이후 17년 동안에만 무려 17명이 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는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성과다.

일본은 지난 2001년 정부가 책정한 ‘제2기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이후 50년 동안 노벨상 수상자 30명” 배출 계획 등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의 노벨상 수상은 정부의 추진 결과라기 보단 과거 개별적으로 진행해온 연구성과가 이제 만개하는 것으로 보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지닌다. 2000년 이후 일본 노벨상 수상자 17명의 연구 업적 15건을 보면, 1960년대 연구 성과가 2건, 70년대 5건, 80년대 4건, 90년대 이후 4건 등으로 모두 2000년 이전 연구성과들이다. 지난 3일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학 명예교수의 ‘오토파지’(자가포식 작용) 연구도 1993년 발표한 연구가 23년의 세월을 거쳐 수상으로 이어졌다. 오카모토 다쿠지 준교수(과학사)는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최근 일본의 수상이 늘어난 건 (20~30년 전에) 우수한 업적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들이 기자회견 등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독창성’의 소중함이다.

2014년 물리학상 수상자인 나카무라 슈지(62)는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라”, 2015년 생리·의학상 수상자 오무라 마사시(81)는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다 보니 그동안 실패가 더 많았다”는 말을 남겼다. 올해 수상자인 오스미 명예교수도 “모두가 몰려드는 경쟁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도 하지 않는 것을 찾는 기쁨이 연구자에겐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실용적 목적과 다소 거리가 있는 기초적 연구에서 상식의 벽을 돌파하는 성과를 내게 되면, 이 성과를 획기적으로 응용할 수 있게 된다”고 짚었다.

그러다 보니,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도쿄대 출신 엘리트들보다 ‘변방의 삐딱이’들이 많다. 나카무라는 지방대인 도쿠시마대학을 졸업하고 시골 중소기업에 근무하던 평범한 엔지니어였고, 오무라 역시 야마나시의 지방대를 나와 야간고교 교사로 일하다 연구자로 변신한 특이한 이력의 인물이다. 오스미 명예교수도 평탄하지 않았다. 다른 연구자들이 눈길도 두지 않던 ‘오토파지’라는 현상을 연구하다 보니, 43살인 1988년이 되어서야 겨우 도쿄대 조교수에 임용될 수 있었다. 그러나 1996년 도쿄대의 갑갑한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시즈오카 국공립공동연구기구 기초생물학연구소로 직장을 옮긴다. 오스미 명예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도쿄대에 남아 있었으면 여기까지 연구를 넓힐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1970~90년대 엄청난 과학적 연구 성과를 축적해 둔 일본의 노벨상 수상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 전망에 대해선 일본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마이니치신문>은 2000~2004년 주요국 발표 논문 가운데 일본의 비율이 9.9%였지만, 10년 뒤인 2010~2014년엔 6.3%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일본 과학기술·학술정책연구소(NISTEP)가 지난해 집계한 주요국의 과학 논문 총수를 비교해 보면, 2000년대 초(2001~2003)의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4.1배였지만, 2010년 초엔 1.6배로 줄었다. 일본 정부는 2016년 1월 내놓은 ‘제5기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국내총생산(GDP)의 1%인 26조엔(281조원)을 정부가 연구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이런 흐름을 되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