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임기가 ‘최소 3년’ 연장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전후 역대 일본 총리 가운데 최장기 집권 기록을 세우는 것은 물론 스스로 ‘필생의 과업’이라 밝혀온 개헌을 달성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아베 총리의 임기 연장을 논의해 온 자민당의 ‘당·정치제도개혁실행본부’(이하 실행본부)는 5일 두번째 간부회의를 열어 현행 ‘2기 6년’으로 되어 있는 자민당 총재의 임기를 ‘3기 9년’ 혹은 ‘임기 철폐’ 등 2개 안 가운데 한쪽으로 확정하도록 방침을 굳혔다.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오든 아베 총리의 임기는 현재 2018년 9월에서 3년 연장된 2021년 9월로 늘어나게 된다.
실행본부는 올 연말까지 2개의 안 가운데 한쪽으로 결론을 내고 내년 3월 당 대회에서 이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가 2021년까지 총리직에 머무르게 되면 사토 에이사쿠 총리(재직기간 2798일)를 따돌리고 전후 일본의 최장수 총리가 되는 명예도 얻는다.
이 소식을 전하는 일본 언론들은 6일 조간에서 “아베 총리에 대한 대항 세력이 없는 현재 자민당의 상황을 보여주듯 지난달 20일 실행본부가 총재 임기 연장에 대한 논의를 정식으로 시작한 지 2주 만에 이른 결론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실행본부의 본부장을 맡고 있는 고무라 마사히코 부총재는 5일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자민당의 각 정파 대표들이 모여) 기탄없는 논의를 진행했으나 (임기를) 연장한다는 데 대해 이견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아베 총리의 뜻에 함부로 이견을 제시하지 못하게 된 자민당의 ‘아베 1강 체제’다. 처음 임기 관련 논의가 시작됐을 땐 ‘포스트 아베’를 노리는 이시바 시게루 전 지방창생상 등이 “총리 임기가 아직 2년이나 남았다”며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자민당의 실력자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정치와 외교의 안정”을 주장하며 연장론을 주장하자 당내 여론이 급속히 기울었다. 그밖에 아베 정권에 대한 40~50%대의 탄탄한 지지율, 아베노믹스에 대한 여전한 기대, 미-일 동맹 강화, 한-일 위안부 협상 승리 등 외교 정책에 대한 높은 평가 등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한반도 주변 정세에 큰 파장을 부를 일본의 개헌 논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전망이다. 애초 아베 총리의 임기 연장 논의가 나온 것도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등 개헌 세력이 개헌 정족수인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획득하는 대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일본 우익의 염원이었던 개헌을 현실화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자, 임기 연장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임기 연장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지 아베 총리는 최근 개헌을 서두르는 대신 “헌법이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이다”(지난달 26일 국회 소신표명 연설)라고 말하는 등 국회 내 논의와 국민 여론 등을 중시하는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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