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치러지는 보궐선거, 고이케 유리코-렌호 대리전
“렌 대표가 1승만 해도 아베 정권에게 큰 타격 안길 것”
“렌 대표가 1승만 해도 아베 정권에게 큰 타격 안길 것”
일본 제일의 여성 정치지도자는 고이케 유리코일까, 렌호일까?
향후 일본 정국의 향방을 정하게 될 중의원 보궐선거가 두 여성 정치인 사이의 자존심 대결로 치러질 전망이다. 23일 치러지는 이번 보궐선거는 고이케 도쿄 도지사의 당선으로 자리가 빈 ‘도쿄 10구’와 지방의 ‘후쿠오카 6구’ 등 2곳에서 치러진다. <마이니치신문>은 11일 선거운동 첫날의 분위기를 전하며 “거리로 나선 두 여성 리더는 ‘주인공’의 자리를 쟁취할 기세였다”고 전했다.
도쿄 10구에선 자민당의 와카사 마사루(59) 의원과 민진당의 스즈키 요스케(40) 전 <엔에이치케이>(NHK) 기자가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의 관심은 두 남성 후보가 아닌 이들의 뒤에 버티고 선 두 거물 여성 정치인에 집중돼 있다.
도쿄 10구는 도쿄 서북부의 번화가인 이케부쿠로 일대를 포괄하는 도요시마구다. 고이케 지사는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자객’으로 발탁돼 이 지역 공천을 받은 뒤 내리 4선에 성공했다. 지난 7월 도쿄 도지사 선거 때도 도요시마구는 고이케 지사를 상징하는 녹색 깃발로 뒤덮인 바 있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 나선 와카사 후보는 자민당 수뇌부의 격렬한 반대에도 출마를 강행한 고이케 후보의 승리를 위해 발벗고 선거운동을 벌이다 당으로부터 ‘엄중 주의’ 처분까지 받은 바 있다.
이에 맞서 지난달 15일 취임한 렌호 민진당 대표는 자신이 진두 지휘하는 첫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게다가 제2야당인 공산당 등은 이번 선거에서 여·야간 일대일 구도를 만들기 위해 자체 후보 공천을 포기하며 야권 후보 단일화를 선택했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둔 야권 단일화의 효과를 다시 한번 시험해 볼 기회가 생긴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렌 대표가 2개 선거구에서 1승이라도 거두게 되면 당내 구심력이 높아지게 된다. 아베 정권이 받는 타격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지역인 후쿠오카 6구도 자민당 후보가 분열돼 야권이 유리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게 된다.
이번 선거 결과는 개헌을 “필생의 과업”으로 공언해 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향후 정국 구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일본에선 아베 총리가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일 때 러·일간의 오랜 과제였던 ‘북방영토’ 문제 등에 큰 전진을 이뤄낸 뒤, 내년 1월 중의원을 해산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패하게 되면 중의원 해산 결단을 내리기가 어려워진다. 이를 인식한 듯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은 11일 “이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당의 이후 귀추를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일본 도쿄도의 첫 여성 지사인 고이케 유리코가 지난 8월2일 취임 연설하는 모습. 도쿄/AFP 연합뉴스
렌호 일본 민진당 대표. 도쿄/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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