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쓰나미 참사가 발생했던 오카와초등학교 운동장엔 천사상과 위령비가 서 있는 모습. 위령비는 참사 2주기를 맞은 2013년 3월11일 설치됐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좋은 판결입니다. 아이들이 하늘에서 듣고 있을 겁니다.”
26일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지방재판소는 2년 반을 끌어온 소송에서 ‘아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2011년 3월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으로 모두 1만5800여명이 숨졌다. 특히 일본인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참사는 미야기현 동북부 이시노마키시 ‘오카와 초등학교의 비극’이었다. 학교에 쓰나미가 몰려든다는 게 예상됐는데도 교사들이 “운동장에 가만히 있으라”며 아이들을 잡아둬 학생 74명(교사 등 전체 84명 사망)이 모두 숨졌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학부모들은 시에 진상규명을 요구했고, 2014년 3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날 다카미야 겐지 재판장은 판결문에서 “이시노마키시의 차량이 학교 근처에서 (피난을 가라고) 호소한 3시 반 이후엔 쓰나미를 예측 가능했다는 게 인정된다. 가까운 뒷산으로 이동해야 했는데 강변 교차로로 이동한 건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일 교사들은 “뒷산으로 대피하자”는 고학년 아이들의 울먹임을 무시하고 아이들을 50분이나 운동장에 잡아뒀다가 쓰나미가 학교를 엄습하기 1~2분 전 겨우 대피를 시작한다. 그것도 산이 아닌 쓰나미가 밀려오던 제방을 향해서였다.
이 판결에 따라 미야기현과 이시노마키시는 유족들에게 모두 14억2600만엔(약 155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오카와의 비극’은 2014년 4월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지시로 단원고 학생들이 숨진 ‘세월호’ 이후 한국에서도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세월호 유족들이 오카와 초등학교 추도식에 참여하는 등 양국 유족들의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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