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지사 “일본의 정치 만들어갈 플레이어 양성하겠다”

자신의 정치교실 개원식에서 ‘신인양성’ 포부 밝혀
’고이케 돌풍’이 아베 총리의 1강체제를 깨뜨리는 변수될지 주목

일본 도쿄도의 첫 여성 지사인 고이케 유리코 지사가 2일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이 정치교실에 참여한) 각 개개인이 비평가가 아니라 일본의 정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플레이어로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

‘아베 1강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일본 정계의 돌풍으로 떠올라 있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가 30일 자신이 설립한 정치교실인 ‘희망의 교실’ 개원식을 열었다. 이날 도쿄에서 열린 개원식에서 고이케 지사는 “도쿄도와 일본에 부족한 게 하나 있다. 그것은 희망이다. 희망 교실을 통해 모두 함께 희망을 찾아가자”고 선언했다. 고이케 지사의 높은 인기를 보여주듯 이 정치교실엔 4800명 넘는 지원자가 몰려 2900여명의 최종 참가가 결정됐다. <티비에스>(TBS) 방송은 “응모자가 너무 많이 몰려 이날 개원식이 4차례에 걸쳐 나눠 개최됐다”며 뜨거운 반응을 전했다.

앞으로 관심은 ‘고이케 돌풍’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1강 체제를 위협할 가능성이다. 일본 언론들은 주요 정치가들이 능력있는 정치 신인을 발굴해 자신의 정치적 포부를 펼치기 위한 통로로 ‘정치교실’을 활용해 왔던 전례들을 소개하며 고이케 지사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고이케 지사도 정치교실의 목표가 자신을 따를 정치신인을 발굴·양성하기 위한 것이라 밝히는 등 정치적 야심을 감추지 않았다.

고이케 지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살얼음판을 걷는듯한 미묘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 7월 소속 정당인 자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소속으로 도쿄도 지사 선거에 나서 승리했다. 이후 자민당에선 고이케 지사와 그의 선거를 도운 측근들을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는 등 험악한 공기가 흘렀다. 그러나 고이케 지사가 일본의 유명한 어시장인 ‘쓰키지 시장’ 이전 문제와 도쿄 올림픽 비용 절감 등 주요 현안에서 서민들의 절대 지지를 확보하자, 양자간 갈등은 일단 봉합된 상태다. 자민당은 23일 치러진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고이케 돌풍’에 힘입어 압승을 거두기도 했다.

앞으로 변수는 고이케 지사와 도쿄도 의회의 관계다. 도쿄도 의회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자민당 도쿄도당이 고이케 지사의 개혁 정책을 용인하며 타협할 경우 갈등은 봉합될 수 있다. 그러나 정면 충돌할 경우, 고이케 지사는 내년 여름 치러지는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이번 정치교실을 통해 발굴한 신인들을 대거 투입하며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아베 총리의 1강 체제에 커다란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