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에 답안을 작성하고 있는 도로보군의 로봇팔의 모습
도쿄대 합격을 목표로 했던 일본의 인공지능(AI) 로봇 ‘도로보군’의 도전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가장 큰 원인은 국어(일본어)와 영어 등 인간의 언어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독해력’의 부족이었다.
인공지능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선 지난 2011년 흥미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가 개발한 인공지능인 도로보군(東ロボくん·도쿄대 입학을 노리는 로롯이라는 의미)에게 한국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대학입시센터시험’(이하 센터시험)의 모의시험 등을 치게 해 일본의 최고 명문대인 도쿄대의 합격 가능성을 점치는 실험이었다. 아쉽게도 도로보군은 2013년부터 치러진 세 차례 실험에서 모두 ‘낙방’하고 말았다.
3전4기. 올해 도전은 어떻게 될까? 전 일본이 관심을 기울여 올해 입시 결과를 주목했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낙방이었다.
연구소는 14일 도로보군이 올해 센터시험의 모의시험을 치른 결과 종합 편차치가 57.1(점수로는 950점 만점에 525점)을 기록해 지난해 점수(57.7)보다 소폭 하락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일본의 최고 대학인 도쿄대에 입학하려면 70대 중초반, 사립 명문인 와세다대나 게이오대에 들어가려면 최소 60대 후반의 편차치가 필요하다. 도로보군의 얻은 57.1점으로는 합격이 불가능한 셈이다.
연구소는 그러나 와세다, 게이오보다 입학 점수가 조금 낮은 ‘마치(MARCH) 대학’(메이지대, 아오야마학원대, 릿쿄대, 주오대, 호세이대의 약자를 합친 말)엔 학과에 따라 입학 가능, 간사이 지역의 명문 사학인 리츠메이칸대학엔 “합격 가능성 80%”라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도로보군의 실패의 원인은 뭘까. 센터시험에서 도로보군이 가장 높은 편차치를 기록한 과목은 세계사(66.3)였다. 교과서와 인터넷 등의 대량의 정보를 활용해 정답을 찾아내는 도로보군의 능력이 확인된 셈이다. 또 센터시험 이후 도쿄대에서 치르는 모의 본고사의 수학 과목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80점 만점인 문과시험을 기준으로 무려 68.1점을 따냈기 때문이다. 이 과목의 전국 평균 점수는 19.9점에 불과했다.
그러나 센터시험의 언어 과목인 영어(듣기 36.2, 필기 50.5)와 국어(49.7)에선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인간의 언어를 종합적으로 이해해 해답을 찾는 독해력에서 여전히 적잖은 한계를 보인 셈이다.
연구소 쪽에선 아쉽게도 도로보군의 도쿄대 도전을 올해로 멈추겠다고 밝혔다. 아라이 노리코 연구소 교수는 “도로보군의 장점과 한계가 이미 파악됐다. 앞으로는 센터시험을 치르는 대신 수학 등 도로보군이 잘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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