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일본 도쿄의 하네다 공항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만나러 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내년 ‘춘투’(봄철에 진행되는 일본의 임금협상 투쟁) 때 최소 2%대의 임금 인상을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아베 총리가 임금인상을 독려하고 나선 것은 올해로 벌써 4년째다.
아베 총리는 16일 ‘노동방식개혁실현회의’에 출석해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일본 경단련(한국의 전경련) 회장 등 경영계 대표들 앞에서 “내년 춘투 때도 최소한 올해 수준의 임금인상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경제의 선순환을 이어가는 열쇠는 내년도 임금인상에 달려있다. 4년 연속 기본급 인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를 보면, 일본 기업들은 2013년엔 2.1%, 2014년 2.3%, 2015년 2.1%의 임금 인상을 실현했다. 내년에도 ‘올해 수준의 임금 인상을 해야 한다’는 것은 최소 2%대의 임금인상을 기대한다는 의미다.
아베 총리가 기업들에게 임금인상을 독려하는 것은 자신의 간판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위해서다. 아베 총리는 집권 직후인 2013년 4월부터 양적 완화를 통한 아베노믹스 정책을 본격 추진해왔다. 양적 완화로 엔저를 유도하고, 그로 인해 수출을 많이 하는 일본 대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면, 직원들의 월급이 올라, 국내 소비가 활성화되는 경제의 선순환을 기대한 것이다. 실제로 엔저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의 간판 대기업들의 지난 2~3년 동안 사상 최대의 실적을 갱신하는 등 황금기를 누렸다.
그러나 예상했던 아베노믹스의 ‘선 순환’은 실현되지 않았다. 돈을 번 기업들이 기대했던 만큼 임금인상이나 투자 확대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년 상황은 더 불안정하다. 중국 등 신흥국 시장의 정체로 인해 수출에 적신호가 켜진데다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로 인한 ‘엔고’ 흐름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그동안 아베노믹스를 떠받쳐 왔던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실제 이달 발표된 일본 주요 기업들의 상반기(4~9월) 실적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상당히 악화됐음이 확인되고 있다.
사카키바라 경단련 회장은 “임금인상의 기세는 이어가겠다”면서도 아베 총리가 요구한 기본급 인상에 대해선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기업들에게) 매우 큰 부담이 된다. 이쪽(경단련)에서 강하게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