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7일 오후 미국 뉴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한 뒤 페이스북에 아베 총리와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을 올렸다. 도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선거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9일 아베 총리가 17일(현지시각) 저녁 미국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회담한 뒤 주변 참모들에게 “선거 기간 중의 트럼프 당선인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일본에 대해서도 많이 학습을 했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아베 총리가 회담 이후 관저의 측근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선거 중에 텔레비전 영상을 통해 본 인상과는 달리 얘기를 잘 듣는 사람이었다. 오늘도 얘길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이 발언은 트럼프 당선인이 실제 대통령 직위에 오른 뒤엔 지난 유세 시간에 쏟아낸 한·일 양국에 대한 ‘핵무장 용인’ ‘주일·주한미군철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의 극단적인 발언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정책을 펼 것이란 기대가 섞인 관측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뒤 일본에선 “앞으론 누가 동아시아 정책을 담당할 것인가”, “앞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티피피)와 미일동맹은 어떻게 될 것인가” 등을 둘러싸고 불안 섞인 전망이 쏟아져 왔다. 일본에선 일단 이날 만남을 통해 미-일 양국 정상간의 신뢰관계를 쌓을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 매우 유익했다는 평가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도 아베 총리에 대해 매우 좋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9일 트럼프 후보가 아베 총리와 회담에서 “나는 아베 총리를 존경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런 회담 분위기에 만족한 듯 아베 총리는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동맹관계는 신뢰가 없인 기능하지 않는다. 트럼프 당선인은 참으로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의 대외 정책에 대해선 방심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 회담에선) 서로의 주장을 말하는데 머물렀다. (티피피나 미일동맹에 대한) 깊은 논의까진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만남은 어디까지나 양국 정상이 신뢰관계를 쌓기 위한 비공식 만남을 뿐, 트럼프 당선인이 그동안 자신이 한 발언들에 대해 본격적인 궤도 수정에 나선 것은 아니란 지적이다.
미국내 최고 지일파로 알려진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성 부장관도 <요미우리신문> 기고에서 “트럼프 정권에서 미국의 외교가 어디로 갈지는 다음 국무장관은 누가 될지 등 아직 새 정권의 모습이 갖춰지지 않아 현 상황에서 분명한 예측을 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기존 동맹 관계를 확 바꿔버릴 것이라 생각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내가 알기로 트럼프는 어떤 결단을 할 때 ‘직감’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 때문에 트럼트 당선인이 이후 만나게 되는 각국의 정상들과 어떤 관계를 구축할지는 그가 갖게 되는 인상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라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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