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일정보보호협정을 서명하기 위해 입장하는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 주위로 사진기자들이 카메라를 내려놓고 취재거부를 하고 있다. 이날 나승룡 국방부 공보과장은 한일정보보호협정 취재 공개를 요구하는 사진기자들에게 협정을 공개할 수 없으며, 국방부 쪽이 찍은 협정 사진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이에 사진기자들은 협정이 밀약이지 않은 이상 비공개인 것은 받아들일수 없다고 판단해 취재거부를 결정했다. 연합뉴스
한-일 양국이 23일 민감한 ‘군사 정보’를 주고받을 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하면서 지난 71년 동안 ‘동결’돼 왔던 양국간 군사협력이 본격 가동되게 됐다. 식민지배의 아픔을 겪은 한국에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한-일 군사협력 심화를 통해 일본이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이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일간 군사협력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북핵과 미사일이 새로운 단계의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 협정이 한-일 군사협력의 최종 목표가 아님을 강조하듯 “정부로선 계속해서 안전보장분야에서 일한의 협력을 확실히 추진해 가겠다”고 밝혔다.
한-일 군사 협력의 명분으로 일본이 내세워 온 것은 ‘북핵과 미사일 위협’이지만,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얻어내려 하는 것은 그 이상의 정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24일치 일본 언론들의 반응을 보면,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협정으로 인한 정보 제공의 대상은 “핵과 미사일 이외의 정보도 포함된다. 방위성이 기대하는 것은 한반도 유사시(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한의 작전계획에 관한 정보의 공유다. 군사적 혼란이 발생했을 때 (한국에 있는) 일본인을 포함한 다수의 피난민이 발생할 때 일본도 미-한과 연대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현재 상황에선 미-한의 구체적인 움직임을 파악하기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도 “일본은 한반도 유사사태가 발생할 때, 주일미군에 대한 물자보급이나 수색구난 등 일본인 활동에 필요한 정보의 제공을 요청할 전망”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 협정을 근거로 일본이 한국에게 한반도 전쟁에 대비한 한미 연합사의 작전계획인 ‘작계 5027’ 등을 요구할 것이란 의미인 셈이다. 작계 5027은 이번 협정 체결로 인해 일본에 제공할 수 있게 된 ‘2급 비밀’에 해당된다.
일본이 한국에게 작계 5027을 요구하겠다는 것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지면 자위대가 한반도에 직접 진출할 의사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 기존의 ‘주변사태법’을 ‘중요영향사태법’으로 개정해 일본이 후방지원(병참)할 수 있는 국가의 범위를 ‘미군’에서 ‘미군 등 타국군’으로 확대하고, 활동이 가능한 ‘비전투지역’의 기준을 기존의 ‘공해’ 등에서 ‘현재 전투가 이뤄지지 않는 지역’으로 완화한 바 있다. 이는 현재 전투행위가 벌어지지 않는 부산 등 ‘비전투지역’엔 자위대가 상륙해 미군 등 타국군을 지원할 수 있게 됨을 뜻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언론들은 24일치에서 한국에 작전계획을 요구하는 명분으로 △주일미군 지원 △일본인 구출 등 2가지 이유를 꼽고 있다. 일본인 구출을 위한 자위대 상륙은 일본이 한국에게 꾸준히 요구해 온 핵심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이를 통해 일본이 최종적으로 노리는 것은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 강화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군사적 발언력과 관여의 폭을 키워 한국의 대중 접근을 막고, 반영구적으로 미일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잡아두겠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협정은 일본에겐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결정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커다란 전략적 승리이지만, 한국에겐 미-중간 ‘균형 외교’의 가능성을 말살할 수 있는 외교적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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