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단체 만 40살 이상 히키코모리 실태조사 시작
80살 부모와 50살 자녀, 고령사회 일본의 또다른 고민
나이들수록 사회복귀 더 힘들어 “효과적 지원 필요”
80살 부모와 50살 자녀, 고령사회 일본의 또다른 고민
나이들수록 사회복귀 더 힘들어 “효과적 지원 필요”
“내가 죽으면 대체 어떻게 할 것인지….”
올해 71살인 도쿄의 한 여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40대로 접어든 아들 때문이다. 아들은 1990년대 초반 고등학교 때 진로 선택 문제를 놓고 고민하다 끝내 집안에 틀어박히는 길을 택하고 말았다. 사회로부터 자신을 격리한 채 방안에 틀어박혀 세월을 보내는, 이른바 ‘히키코모리’(‘틀어박히다’는 뜻의 일본어)가 된 것이다. 이따금 뜬금없이 이른 아침에 산책을 나가는 것을 제외하곤, 하루 24시간 방안에 틀어박힌 채 나오지 않는 세월을 20년 넘게 보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학교나 직장에 가지 않고 6개월 이상 가족 이외 사람들과 교류가 없는 이들을 히키코모리로 분류한다.
히키코모리 아들을 둔 이 여성은 남편과 장사를 해 하루하루 먹고 산다. 아들의 장래를 책임져 줄 국민연금도, 보험료도 연체되기 일쑤다. 하지만 어른이자 아이인 아들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그는 “(구청 등에 아들의) 취로지원을 요청한 적 있지만 ‘만 39살 이하가 대상’이라고 해 거절당했다. (아들이 결국 사회로부터) 버려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도쿄신문>이 전한 만 40살을 넘긴 ‘고령 히키코모리’의 모습이다.
히키코모리는 진학 및 취업 실패, 질병, 학교·직장생활 부적응, 성격, 충격 등 다양한 이유로 사회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방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은둔형 외톨이’로, 우울증 비슷한 증세를 지닌 사람들이 많다. 집 안에서도 거의 말을 않고, 주로 인터넷과 게임에 몰두하는 등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사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이들 가운데 가끔 ‘묻지마 범죄’ 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서 히키코모리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이나,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장기침체 기간인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는 1990년대부터다. 당시 20대에서 히키코모리 생활을 시작했던 이들이 세월이 흘러 이젠 ‘40대 히키코모리’가 된 것이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 9월 전국에 모두 54만명의 히키코모리가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조사 대상이 만 15~39살로 한정된 불충분한 조사였다. 조사에 따라선 만 40살 이상 고령 히키코모리가 전체의 40%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도쿄신문>은 “부모가 죽은 뒤 남겨질 수밖에 없는 고령 히키코모리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인간관계는 학교나 취업 후 20~30대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나이가 든 고령 히키코모리들은 (이전 세대에 견줘) 사회 복귀가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건강하던 부모가 병에 걸리면 가정은 파탄 상태에 이르게 된다. 80대 부모의 연금에 얹혀사는 50대 자녀를 뜻하는 이른바 ‘80·50문제’다.
보다 못한 민간단체가 만 40살 이상 고령 히키코모리들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민간단체인 ‘전국 히키코모리 가족연합회’는 지난달 27일 후생노동성 지원을 받아 ‘40살 이상, 10년 이상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의 가족들을 찾아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하는 가와기타 미노루 아이치교육대학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히키코모리들이 방에 틀어박히게 만드는 “장애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혀 효과적인 지원으로 이어지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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