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일본 정부 방침 결정
플루토늄 보유 명분쌓기 용인 듯
플루토늄 보유 명분쌓기 용인 듯
일본 정부가 핵무기 6000발분에 이르는 막대한 플루토늄 보유를 정당화하기 위해 새로운 고속증식로를 건설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의 ‘고속로개발회의’(이하 개발회의)는 30일 이미 폐로 방침이 결정된 고속증식로 ‘몬주’를 대신해 더 실용화에 가까운 실증로를 일본 국내에 건설하기로 했다는 방침을 밝혔다. 개발회의는 2018년까지 새로운 실증로 개발을 위한 10년 간의 개발 계획을 결정할 예정이다.
몬주는 일본이 원자력 발전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1956년부터 추진해온 ‘핵연료 사이클’ 정책을 지탱하는 핵심시설로 주목받아왔다. 핵연료 사이클이란 핵발전 뒤에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나오는 플루토늄을 다시 핵발전에 활용해 추가적인 에너지 투입 없이 영원히 전기를 생산하는 구상을 뜻한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1994년 플루토늄을 핵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원자로인 몬주를 완성했다.
그러나 몬주는 1995년, 2010년 두 차례의 시험 가동 때 중대사고를 일으켜 지금껏 1㎾h의 전력도 생산하지 못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결국 일본 정부는 지난 9월 몬주를 폐로겠다는 방침을 정하게 된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몬주를 폐로할 경우 프랑스가 2030년 운전 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고속증식로의 실증로인 아스트리드(ASTRID) 계획에 참여해 핵연료 사이클 정책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아사히신문>은 개발회의가 국가 에너지 정책의 근본이 되는 핵연료 사이클 정책을 “불확실성이 있는 해외 계획에만 의존하는 것은 리크스가 크다”는 판단 아래 새로운 고속증식로를 만들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을 한국의 예로 비유하자면, 이미 낙동강에서 실패한 4대강 정책을 한강에서 다시 시행하는 꼴이 된다.
일본 정부가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은 몬주 등 고속로 개발을 포기할 경우 지난해 말 현재 48.7t(핵무기 6000발분)에 이르는 막대한 플루토늄 보유를 정당화할 명분이 사라지게 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아사히신문>은 “약 1조엔의 국비를 들여 20년 이상 거의 운전을 할 수 없었던 몬주에 대한 반성을 살리지 못하고, (새로운) 고속로를 개발한다는 결론을 정해두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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