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26∼27일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공습으로 수많은 희생자를 냈던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전쟁 희생자들을 위령한다. 사진은 5일 일본 TV화면에 아베 총리가 하와이 방문을 밝히는 모습이 보도되는 모습. 도쿄/AFP 지지통신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달 말 예정된 진주만 방문에서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한 ‘사죄’는 하지 않을 전망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오는 26~27일로 예정된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 때 ‘총리의 사죄가 예정돼 있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을 받고 “지난 전쟁에 대한 총리의 생각은 작년 8월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에 담겨 있다. 이번 방문은 전몰자 위령을 위한 것으로 사죄를 위한 건 아니다. 총리의 방문은 두번 다시 전쟁의 참화를 거듭해선 안 된다는 결의를 미래를 향해 제시하는 것과 함께 미-일 화해의 가치를 발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신문>도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아베 총리가 이번 방문에서 “사죄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전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이어왔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4월 말 미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지난 전쟁에 대한 깊은 ‘회오’ 등 반성의 뜻을 밝히긴 했지만 사죄는 하지 않았다. 8월 나온 ‘아베 담화’에서도 “일본은 지난 대전에서의 행동에 대해 거듭 통절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명해 왔다”는 간접화법으로 ‘사죄’ 단어를 언급했을 뿐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26∼27일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공습으로 수많은 희생자를 냈던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전쟁 희생자들을 위령한다. 사진은 지난 2015년 6월3일 ‘애리조나호 기념관’ 옆에서 부두 수리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하와이/AP 연합뉴스
백악관은 5일 성명을 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 소식을 전하며 “두 지도자의 이번 방문은 과거 적이었던 두 나라가 공통의 이익과 공유하는 가치를 통해 가장 가까운 동맹이 되는 화해의 힘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내부에서도 ‘사죄’는 필요없다는 분위기가 대세다. <산케이신문>은 6일 “(아베 총리가 지난해 4월 말 미 의회 연설에서) ‘사죄’ 용어를 쓰지 않았지만 미 의회는 박수로 환영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5월) 히로시마 방문 때 사죄는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일부 피폭자들 가운데선 “사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중국 언론들은 비판적인 평가를 내놨다. 저우융성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을 “미국과의 관계를 끌어당기고 미국을 향해 충성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은 2차대전과 관련해 미국을 대할 때는 반성하는 듯하지만, (훨씬 더 큰 피해를 입힌) 중국·동남아 등 다른 나라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일본 전문가를 인용해 “아베가 가야할 곳은 진주만보다는 중국이다. 난징에 가서 (일본군이 저지른) 대학살이 중국 인민에게 가져다준 괴로움을 보고, 하얼빈에 가서 731부대가 저지른 만행을 봐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도쿄 베이징/길윤형 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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