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가 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카터 장관과의 회담에서 이달 말로 예정된 진주만의 애리조나 기념관 방문 때 “두번 다시 전쟁의 참화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미래를 향한 강한 의지와 결의를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극우의 정서를 대변하는 <산케이신문>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달 말 역사적인 진주만 방문에 앞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케이신문>은 7일 사설에서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 사실을 전하며 “총리가 3년 전에 찾았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재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문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로 “(1941년 12월8일) 진주만 공격으로 일본에서도 많은 전사자가 나왔다. 일본의 전몰자 유족들로부터는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양쪽(미국과 일본)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위령하는 것은 ‘미래를 생각하며 싸웠던’ 사람들의 마음에 응답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아베 총리가) 위령을 중시하는 것이라면 더 한층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재개해야 한다. 이것이 국가의 지도자로서의 당연한 행동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언론들은 대체로 아베 총리가 “무모한 전쟁을 일으킨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다시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메시지를 밝혀야 한다는 합리적인 견해를 밝혔다.
아베 총리는 1차 집권기인 2006~2007년, 전임 고이즈미 정권 시절 악화된 중-일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신사 참배를 미룬 바 있다. 이후 아베 총리는 당시 신사 참배를 하지 못한 사실에 대해 “통한의 극치”라고 표현했고, 2차 집권기인 2013년 12월 신사 참배를 강행한 바 있다. 당시 아베 총리의 참배에 대해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뿐 아니라 이마이 다카야 총리 수석비서관까지 “참배를 하려면 임기 막판에 하라”며 극렬히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에 즉각 “실망했다”는 차가운 반응을 내놓았다.
<산케이신문>의 기대와 달리 아베 총리가 진주만 방문에 앞서 신사 참배를 강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4월 미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지난 전쟁에 대해 ‘깊은 회오’라는 반성의 표현을 사용하며 미-일 간 역사적 갈등에 대해 총정리를 한 바 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사죄’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미국은 ‘희망의 동맹’이라는 미래지향적 메시지를 앞세운 아베 총리의 연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신사를 참배하면, 지난 4년 동안 애써 강화해 온 미-일 동맹을 해치는 ‘외교적 자해 행위’가 될 수 있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12월15일 방일과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 등 중요한 외교적 일정이 끝난 내년 1월께 아베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결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진주만 방문 등이 국내외적으로 큰 평가를 받는다면) 앞으로 정국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어 내년 초 조기 해산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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