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위대의 전력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8일 일본의 진주만 공격 75주년을 맞아 “미 해군 역사에서 가장 파괴적인 (진주만) 공격이 이뤄진 지 75년 만에 일본은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군사력을 갖추게 됐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하며 일본이 높은 수준의 군사력을 갖추게 된 비결을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일본 자위대가 군사력을 강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무력 사용을 방어용으로 국한시킨 일본의 평화헌법이었다. <시엔엔>이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제시한 것은 해상자위대의 잠수함 전력이다. 미국 잠수함들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공격용 무기를 탑재하기 위해 구조가 복잡하고 건조 비용이 급증할 수밖에 없지만, 일본은 공격용 무기를 최소화하고 방어에만 치중하는 잠수함 개발에 주력했다는 것이다.
이런 ‘방어 치중’ 논리에 따라 개발된 소형 잠수함은 소음을 최저 수준으로 억제한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다. 방송은 “2차대전 이후 미국은 일본에 ‘무력은 자국을 방어하는 데만 써야 한다’는 헌법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런 제약이 오히려 일본의 전력을 더 강화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지적했다.
존 쿠엔 미 육군 지휘참모대학 교수는 자위대의 현 수준에 대해 “공군이든 해군이든 일본은 세계 어느 누구와도 (군사적으로) 맞설 수 있는 전력”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특히, 해상자위대는 미 해군에 이어 세계 2~3위 수준의 전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정부는 해상자위대 전력을 더 강화하고 있다. 2013년 12월 확정한 방위대강을 통해 48척인 호위함의 수를 54척(이 가운데 이지스함 6척→8척), 잠수함은 16척에서 22척으로 늘이기로 했다. 눈에 띄는 것은 길이 248m, 너비 38m, 기준 배수량 약 1만9500t에 달하는 이즈모 등 경항모 전력이다. 일본은 지난해 3월 이즈모를 실전에 투입한데 이어 2번함인 가가를 건조 중이다. 카일 미조카미 ‘일본안보왓치’ 편집자(군사평론가)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전력이 세계 5위 수준이라 분석했다.
<시엔엔>이 주목한 또다른 이유는 도요타나 미쓰비시로 대표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일본 제조업이었다. 쿠엔 교수는 일본이 F-35의 생산을 떠맡게 되면 미국이 만든 원형보다 임무수행에 더 적합한 기체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도입이 결정된 42대의 F-35A 기체 가운데 4대만 완제품을 수입하고, 나머지 38기는 일본 내에서 조립작업을 한다. 록히드마틴은 지난해 12일 미쓰비시 중공업의 고마키 남 공장에서 F-35 조립 작업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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