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2일 도쿄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극우 정치인 오쿠노 세이스케 전 법무상의 장례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신의 역사인식에 큰 영향을 준 극우 정치인의 ‘고별식’에서 개헌에 대한 의욕을 또한번 강하게 드러냈다.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아베 총리는 지난달 103살 나이로 숨진 오쿠노 세이스케 전 법무상의 12일 ‘고별식’에서 “격동의 쇼와 시대를 살아낸 너무나 위대한 보수 정치가, 그 서거에 다시 한번 커다란 존재를 느낀다. 헌법을 자신의 손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선생의 신념이야말로 우리 당(자민당)의 골격이다. 선생이 혹시 다 이루지 못하고 남은 것이 있다면, 그 뜻을 우리가 이어가겠다고 약속 드린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언급한 ‘다 이루지 못하고 남은 것’은 개헌으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의 정치사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개헌을 마지막 소명”이라고 밝혀온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다. 그러나 오쿠노도 1993년 정계에 갓 입문한 아베 총리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친 인물로 꼽힌다. 오쿠노는 1993년 7월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가 일본 총리로는 처음 일본의 지난 전쟁에 대해 ‘침략’이라는 견해를 밝히자, 자민당 내에 발족된 ‘역사·검토위원회’에 고문으로 참석했다. 이어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주도하던 패전 50주년 국회 결의를 방해하기 위해 자민당 내 ‘종전 50주년 국회의원연맹’ 회장을 맡아, 갓 당선된 정치 신인이던 아베 총리를 사무국장 대리로 발탁한 바 있다.
오쿠노는 숨지는 순간까지 일본의 지난 전쟁이 ‘침략’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도 부인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존의 평화헌법을 개헌하려는 의지를 불 태웠다. 아베 총리도 오쿠노 고별식에서 그 뜻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 셈이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개헌에 대해 “필생의 과업”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로 개헌 정족수를 확보한 데 이어 10월 임기가 최장 2021년 9월까지 연장되자 “개헌을 결정하는 건 국민”이라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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