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대법원 “매립 허가는 적법”, 일 정부 승소
일 언론 “올 연말부터 헤노코 매립 공사 재개”
완공되면 미군 동아시아 진출의 전진기지될 듯
일 언론 “올 연말부터 헤노코 매립 공사 재개”
완공되면 미군 동아시아 진출의 전진기지될 듯
오키나와현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전을 둘러싸고 일본 정부와 오키나와 현 당국 사이에 진행 중이던 법적 다툼이 결국 정부의 승리로 끝났다. 일본 정부는 올해 안에 공사를 재개한다는 방침이어서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일본 정부와 오키나와현 사이의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 2부(오니마루 가오루 대법관)는 20일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전을 막기 위해 오나가 다케시 오키나와현 지사가 지난해 10월 취한 매립 허가 취소 결정에 대해 “현의 결정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현이 자신이 이전에 내린 승인 처분을 어떤 상황에서 취소할 수 있는가였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이에 대해 “(전임 지사가 내린) 매립 허가 처분의 판단 과정이나 내용에 불합리한 점이 없다. 지난 처분이 위법·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취소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 해병대가 사용하고 있는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전을 가로막던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됨에 따라 한동안 중단됐던 기지 이전 작업이 본격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전을 둘러싼 공방은 1996년까지 거슬러 오른다. 오키나와에서 미군기지에 대한 반대운동이 촉발된 계기는 1995년 9월에 터진 미군 병사의 소녀 성폭행 사건이었다. 당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미-일 정부는 ‘오키나와에 대한 미-일 특별행동위원회’(SACO·사코)를 만들어 미 해병대 후텐마 비행장 등 11개 기지를 반환하겠다는 최종 보고서를 내놓는다. 후텐마 비행장은 주민 9만명이 사는 도시 한복판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비행장이라는 악명이 높다.
그로부터 10년 만에 나온 최종 결론은 후텐마 비행장을 외국이나 일본 내 다른 지역이 아닌 오키나와 북동부의 헤노코 해안을 매립해 옮기겠다는 계획이었다. 분노한 오키나와인들은 후텐마 비행장의 현외 이전 등을 요구하며 일본 정부와 치열하게 맞서왔다.
상황이 변한 것은 2013년 12월이었다. 전임 나카이마 히로카즈 지사가 아베 신조 총리가 제공하는 오키나와 지원 대책 등에 공감을 표하며 일본 정부의 해안 매립 신청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인들은 2014년 11월 치러진 지사 선거에서 오키나와의 진보와 보수가 이념을 따지지 않고 한데 뭉친 ‘올 오키나와’라는 구호를 내세워 오나가 지사를 당선시켰다. 오나가 지사는 이 같은 현민들의 민심을 받아 안아 지난해 10월 전임 지사가 내린 매립 허가를 취소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가 이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내 지금까지 나온 1·2심 판결에서 정부가 모두 승리했었다.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전은 아베 총리가 애써 강화해 놓은 미-일 동맹을 상징하는 최대 현안으로 떠올라 있다. 실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민주당)는 후텐마 기지의 현외 이전을 추진하다 미국과 일본 보수의 반발을 견디지 못하고 8개월 만에 정권을 내려 놓은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헤노코 해안을 매립해 브이(V)자 모양의 길이 1800m짜리 활주로 2개와 미 해병대의 강습상륙함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 271.8m짜리 접안시설 등으로 구성된 기지를 만들어 미국에 제공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 안보법제를 개정해 미군 등 타국군에 대한 후방지원의 범위에 탄약과 발진 준비 중인 전투기에 대한 급유를 허용한 바 있다. 때문에 기지는 일본 자위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 미 해병대가 동아시아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육해공을 넘나드는 전천후 작전을 펼칠 수 있는 거점이 될 전망이다.
오키나와는 여전히 불퇴전의 각오를 밝히고 있다. 오나가 지사는 “현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는 신 기지 건설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불퇴전의 결의로 싸워 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가 “판결을 받아 들여 중단되어 있는 공사를 연내에도 재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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