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 진주만에 있는 일본의 진주만 공습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애리조나기념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곳을 찾아 헌화할 예정이다. 호놀룰루/AFP 연합뉴스
“아베 총리, 당신은 진주만 공격으로 숨진 2400명의 미국인을 ‘위령’하기 위해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합니다. 그렇다면 중국, 한반도, 다른 아시아·태평양의 여러 국가들, 다른 연합국의 수천만명에 이르는 전쟁 피해자의 위령을 위해 (이 지역들을) 방문할 예정이 있습니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27일(현지시각) 진주만 방문을 앞두고 한·미·일 등의 학자와 활동가 53명이 25일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을 정면으로 따져 묻는 공개 질문장을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미-일 동맹을 지역동맹에서 ‘글로벌 동맹’으로 강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진주만 공습 등에 대해 ‘회오’ 등의 단어를 사용하면서 반성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공개한 ‘아베 담화’에서 드러나듯 한반도 식민지배에 대해선 반성이나 사죄는커녕 별다른 언급을 않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진주만 방문을 끝으로 일본의 식민지배와 전쟁 책임 관련 논의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학자들이 문제 삼는 것은 아베 총리의 왜곡된 역사관이다. 이들은 아베 총리가 초선 시절인 1990년대 초부터 일본의 침략전쟁을 부정하기 위한 자민당의 ‘전후 50주년 의원연맹’ 등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을 들춰내며, 당시 의원연맹 주장대로 일본의 침략전쟁이 “일본의 자존자위와 아시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2013년 4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침략의 정의는 학문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했는데, 이는 일본이 지난 전쟁을 “침략전쟁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인지도 따져 물었다.
질문에는 미국에선 올리버 스톤 감독,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 노마 필드 시카고대 교수, 일본에선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 하야시 히로후미 간토학원대학 교수, 나카노 도시오 도쿄외국어대 명예교수, 한국에선 권혁태 성공회대 교수, 임지현 서강대 교수 등이 참가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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