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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아베의 화해…진주만 ‘자살공격자’ 기념비 참배

등록 2016-12-27 16:38수정 2016-12-27 22:08

아베 총리 26일 하와이 도착, 공식일정 시작
진주만 자살공격자 ‘이다 기념비’ 참배
27일엔 애리조나기념관 헌화하며 화해 말할 듯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의 국립태평양기념묘지를 방문해 위령비에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국립태평양기념묘지는 태평양전쟁에서 전사한 1만3000명 이상의 미군이 영면한 곳이다. 호놀룰루/A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의 국립태평양기념묘지를 방문해 위령비에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국립태평양기념묘지는 태평양전쟁에서 전사한 1만3000명 이상의 미군이 영면한 곳이다. 호놀룰루/AP 연합뉴스
퇴임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진주만을 방문해 미-일 동맹을 ‘희망의 동맹’으로 만들겠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하와이 일정이 시작됐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26일 오전 하와이에 도착한 아베 총리가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진주만 공격으로 희생된 미군 병사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태평양기념묘지였다. 아베 총리는 묘지를 방문해 헌화하고 짧은 묵도를 올렸다. 이후 일본계 하와이 이민자들의 묘지와 2001년 2월 호놀룰루 주변 해역에서 미국 잠수함과 충돌해 침몰한 우와지마수산고등학교의 실습선 ‘에히메호’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헌화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일본인 묘지와 에히메호 위령비 일정에는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도 동행했다”고 전했다.

이날 일정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오후에 이뤄진 ‘이다 기념비’ 방문이었다. 아베 총리는 비가 설치된 카네오헤의 미 해병대 기지를 방문해 미군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활주로 옆에 세워진 기념비에 헌화하고 묵도했다.

이 비의 주인인 이다 후사타(1913~41) 해군 중좌는 아베 총리와 동향인 야마구치현 출신으로 1931년 해군병학교(해군사관학교) 62기로 입학했다. 1941년 12월7일 진주만 공격 때는 항모 ‘소류’의 함재기 ‘제로센’ 조종사로 참가했다. 기습 도중 연료탱크에 공격을 받은 이다 중좌는 귀환을 포기하고 전투기 기체로 미 해군 격납고를 들이받는 자살공격을 감행해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 일본이 ‘특공’이라는 이름의 자살공격을 육해군 정식 작전으로 채용한 건 1944년 10월 필리핀 전선이지만, 그 이전 진주만에서 자발적 ‘특공’이 이뤄진 셈이다. 일본은 이다의 계급을 대위에서 중좌로 2계급 올렸고, 그의 주검을 발견한 미군은 그를 기지 내에 매장했다. 이후 미군은 1971년 ‘이다 기념비’를 만든다.

아베 총리가 27일 방문하는 ‘애리조나 기념관’도 일본의 자살공격과 인연이 깊다. 일본 대본영이 진주만 공격의 가장 큰 전과로 꼽은 것은 지금도 미 해군 전함 애리조나의 ‘굉침’이었다. 당시 대본영은 연합함대 함재기에 의한 공중공습 외에도 진주만 안에 어뢰 2기를 장착한 ‘고효테키’라는 특수잠항정 5척을 집어넣는다. 공습에 살아남은 미 함선을 어뢰로 추가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작전은 실패했지만 대본영은 애리조나호를 침몰시킨 잠항정에 탑승했다가 숨진 9명을 ‘9군신’이라고 칭송하는 등 ‘전쟁영웅 미담’ 만들기에 나섰다. 일본 학자들은 이 ‘9군신’을 일본이 이후 추진하게 되는 가미카제 공격의 시작이라고 본다. 미국은 전쟁이 끝난 뒤 애리조나호의 인양을 포기하고 그 위에 전쟁 희생자들을 위령하기 위한 기념관을 만들었다.

<산케이신문>은 27일 아베 총리의 이다 기념비 방문을 예고하는 기사에서 “미 해군이 이다 중좌의 용기와 헌신을 찬양하며, 적인데도 불구하고 (이다의 주검을) 기지 내에 매장했다. 아베 총리가 이다 중좌 기념비에 헌화를 포함한 위령 행사를 하는 건 이를 통해 일본과 미국이 화해를 이룬 모습을 대내외에 인상지으려는 의도”라고 했다. 일본의 ‘비인도적인’ 자살공격이 엉뚱하게 미-일 화해의 상징이 된 셈이다.

아베 총리는 본행사가 열리는 27일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애리조나 기념관을 방문해 헌화한다. 이후 지난 전쟁에서 미군 편에서 싸웠던 일본계 미국인들 앞에서 소감을 발표한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다시는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부전의 결의’와 함께 미-일 화해의 의미를 강조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반성의 뜻은 전하겠지만 사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오전 미국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 도착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호놀룰루 A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오전 미국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 도착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호놀룰루 AP 연합뉴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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