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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아베-오바마 ‘진주만 밀월’…중국 견제 ‘미-일동맹’ 다지기

등록 2016-12-28 17:39수정 2016-12-29 07:42

미·일 정상, 희생자 묻힌 애리조나 기념관 헌화·참배
아베, 사죄 빼고 화해만 강조…양국 군사협력 본격화할듯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7일 하와이 진주만을 찾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듣고 있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뒤쪽 오른편에 1941년 12월 일본의 기습공격으로 침몰한 미국 전함 애리조나 위에 설치된 기념관이 보인다.  호놀룰루/AFP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7일 하와이 진주만을 찾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듣고 있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뒤쪽 오른편에 1941년 12월 일본의 기습공격으로 침몰한 미국 전함 애리조나 위에 설치된 기념관이 보인다. 호놀룰루/AFP 연합뉴스

“귀를 기울이면 다가왔다 물러서는 파도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쏟아지는 태양의 부드러운 빛이 비추는 파랗고 조용한 만. 내 뒤의 바다 위에 서 있는 하얀 애리조나 기념관, 그 위령의 장소를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방문했습니다.”

27일 오후 정오(현지시각), 75년 전 일본의 기습공격으로 침몰한 미국 전함 애리조나 위에 설치된 기념관이 내려다보이는 하와이 진주만 부두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6분에 걸친 연설을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곁에서 지켜봤다. 연설에 앞서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애리조나 기념관을 찾아 헌화하고 희생자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 앞에서 묵도를 올렸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아베 총리의 이번 진주만 방문 의미를 강조하려는 듯 “일본의 총리가 미국 대통령과 함께 진주만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시적 표현으로 진주만을 묘사하며 연설을 시작했지만, 75년 전 시작한 참혹한 전쟁에 대한 ‘사죄’나 ‘반성’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은 일절 입에 올리지 않았다. 대신 그가 강조한 건 전쟁으로 희생된 이들에 대한 추모,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부전의 맹세, 그리고 강화된 미-일 동맹의 새로운 가치 등이었다.

그는 “(애리조나호에서 숨진) 한 사람, 한 사람의 병사에게는 안전을 걱정하는 어머니와 아버지, 사랑하는 아내와 애인이 있었고, 자라는 아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모든 마음들이 끊기고 말았다. 그 엄숙한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는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고 언급한 뒤 “오바마 대통령, 미 국민 여러분 등에게 일본의 총리로서 전쟁으로 희생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영혼에, 영겁의 추도의 마음을 바친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거듭하지 않겠다고 일본은 맹세했다. 그리고 전후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를 만들어 부전의 맹세를 일관되게 지켜왔다. 우리 일본인들은 (이에 대해) 조용한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며 일본 민주주의의 성과를 자랑했다. 그는 이어 “우리들을 이어준 것은 관용의 마음을 가져다준 화해의 힘이다. 공통의 가치 아래 우정과 신뢰를 키운 일·미는 지금 세계를 향해 관용의 소중함과 화해의 힘을 호소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과 미국의 동맹은 희망의 동맹”이라며 말을 맺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8월 아베 담화에서 “우리 아이들과 손자들에게 계속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선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전쟁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 이미 충분히 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반성과 사죄가 빠진 건 이런 인식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도 아베 총리의 화해 메시지에 손을 내밀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강조한 건 미-일 동맹의 중요성이었다. 그는 “지난 대전은 수천만명이 목숨을 잃은 역사상 가장 무서운 사건 가운데 하나였다. 태평양에서 진행된 비참한 전투가 끝나고 미국과 일본은 우정과 평화를 선택했다. 과거 수십년 동안 우리의 동맹은 양국을 더 번영하게 했다”며 “미국과 일본의 동맹은 공통의 국익뿐 아니라 공통의 가치에 기초해 맺어진 것이다. (미-일 동맹은)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의 초석이며 세계를 전진시켜가는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 태평양 함대를 이끌고 있는 해리 해리스 사령관이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실 등을 언급하며 “(미-일처럼) 가장 격렬하게 대립했던 적이, 가장 강력한 동맹관계를 구축하는 게 가능할 수 있다. 그게 이 신성한 진주만의 흔들림 없는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피폭지인 히로시마를 방문한 바 있다. 미·일 양국 정상이 서로에게 깊은 ‘역사적 앙금’으로 남아 있던 히로시마 원폭 투하와 진주만 공습 문제를 털어 버리면서, 양국은 앞으로 군사협력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표적은 중국이다. <엔에이치케이> 방송은 진주만 방문에 앞서 이뤄진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중국의 항모가 처음으로 태평양에 진출한 것에 대해 “주목해야 할 동향”이라는 데 인식을 함께 하고 해양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인도와 오스트레일리아 등을 포함한 동맹의 네트워크를 확장해갈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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