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담장 앞에 소녀상이 세워져 있다. 오른쪽 30여m 뒤에 영사관 후문이 보인다. 부산/연합뉴스
스기야마 신스케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을 만나 지난해 말 부산에 설치된 평화비(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며 철거를 요청했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스기야마 차관이 5일(현지시각) 한·미·일 3국 외교차관급 협의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찾은 임 차관을 만나 “지난해 일한합의(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12·28합의)에서 오랜 기간에 걸친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하기로 양국이 확인했다. 이런 일(부산의 일본 영사관 앞에 새로운 소녀상이 설치되는 것 같은 일)은 합의의 소중한 기초를 한국이 일방적으로 부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6일 전했다. 스기야마 차관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1시간 정도 이뤄진 회담 대부분 시간을 소녀상에 사용했다., 앞으로도 한국 정부와 관련 지자체에 강하게 (비의 철거를) 요청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차관은 “한국 정부도 재작년 합의를 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다. 말한 내용은 착실히 정부 책임자에게 전달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재작년 일한합의에서 양국이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한다고 합의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소녀상 설치는 매우 유감이며, 일한 관계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소녀상을 포함한 (12·28)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한국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오른쪽)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부장관(가운데), 스기야마 신스케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제6차 외교차관협의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워싱턴/미국 국무부 제공=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12·28 합의를 통해 소녀상에 대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했을 뿐 철거 자체를 약속한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신문>도 한국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신문은 6일 사설에서 새 소녀상 설치에 대해 “일한합의를 훼손할 수 있는 불법행위”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국내 문제다.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하다는 이유로 외교 성과마저 전면 부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일본과 역사문제에서 명분이 서면 국내법, 국제법, 타국과의 약속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한국의 독선적 체질은 (한국의) 대외적 이미지를 저하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12·28 합의를 통해 ‘강제 봉인’된 위안부 문제가 다시 한번 양국간의 외교 현안으로 부각되는 분위기지만 해법을 찾긴 쉽지 않다. 지난해 말 촛불집회로 확인된 한국의 압도적인 여론이 합의의 파기나 재협상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이 같은 선택에 나설 경우 한일관계는 파탄에 가까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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