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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보수 “적기지 공격 능력 확보” 요구

등록 2017-01-13 15:39수정 2017-01-13 21:34

세계평화연구소 12일 보고서 공개
트럼프 등장으로 변화된 안보환경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북한을 직접 타격할 수 있어야”

일본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정책 연구소에서 일본 정부를 향해 북한의 미사일 기지 등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적기지 공격능력’과 방위예산 대폭 증액 등을 요구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가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세계평화연구소 미일동맹연구위위원회는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에 맞서 일본이 추진해야 할 안보 정책에 대한 제언을 담은 보고서 ‘미 신정권과 일본-신시대의 외교안보정책’을 공개했다. 1988년 6월 설립된 연구소는 일본 보수의 입장에서 정부를 향해 외교·안보분야에 관한 여러 정책 제안을 해왔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통해 미일동맹을 강화한 아베 정권에게 다음에 추구할 정책 목표로 북한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을 요구한 셈이다.

보고서는 이번 보고서 발간 이유에 대해 “전후 처음 미국 대통령에 국제 협조보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한다고 단언하는 (트럼프라는) 인물이 당선됐다. 그의 정책을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발언으로 봐선 더 자립된 일본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더 자립된 일본’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적기지 공격 능력’과 일본의 방위예산 상한액을 현재 기준인 국내총생산(GDP) 1%에서 1.2%로 늘이는 등의 조처였다.

12일 필리핀을 방문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필리핀 마닐라에 자리한 말라카낭 대통령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마닐라/AFP 연합뉴스
12일 필리핀을 방문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필리핀 마닐라에 자리한 말라카낭 대통령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마닐라/AFP 연합뉴스
일본은 1956년 이후 적기지 공격능력에 대해 “시행하진 않겠지만 보유할 순 있다”는 원칙론을 밝혀왔다. 보고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일본이 “공격을 받는다면 재차 이뤄지는 공격을 저지하고 반격하기 위해 ‘순항 미사일’ 등을 보유해 일본 독자적인 억지력(적 기지 공격능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적기지 공격은 ‘선제공격’이 아니라 ‘통상전력’에 의한 ‘반격’만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 경우에도 미국과 협의를 한다는 두 개의 제한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한반도 관련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한국과 협의 필요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 같은 일본의 자세는 “한국의 주권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는 2015년 10월 나카타니 겐 방위상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보고서가 일본이 직접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타격하는 경우를 ‘반격’으로 한정하긴 했지만, 실제 이 같은 능력을 확보·시행하게 되면 미일동맹의 성격에도 큰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자위대는 일본을 ‘방어’하고 한반도 유사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군을 ‘후방지윈’하는 2차적 역할에 머물러왔다. 그러나 자위대가 독자적인 타격력을 확보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동맹의 주도권이 미국에게서 일본으로 넘어갈 수 있다.

현재 일본은 적기지 공격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8~9부 능선에 올라와 있다. 탄도 미사일을 보유하지 않고 있는 일본이 북한의 내륙 지방의 미사일 기지를 타격하려면 적 기지를 특정할 수 있는 인공위성 등 정보 자산, 실제 작전에 투입될 전투기, 그 전투기에 장착할 공대지 유도 미사일, 전투기의 장거리 비행을 지원할 수 있는 공중급유기, 적의 내륙에서 레이더와 요격기의 활동을 방해하는 전자전 전투기(electronic warfare aircraft), 이 모든 작업을 통제하는 공중조기경보기(AWACS) 등의 장비 체계를 갖춰야 한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2015년 6월 현재 자위대에 부족한 장비로 “타국의 방공용 레이더의 방해 무력화에 사용되는 전자전용 항공기 등”이라는 답변을 남긴 바 있다. 일본의 적기지 공격 능력은 2018년 스텔스 기능을 갖춘 F-35가 도입될 경우 획기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보고서 제언을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상당한 교감 아래 발표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보고서 발표를 주도한 기타오카 신이치 미일동맹연구위원회 위원장(도쿄대 명예교수)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외교·안보 분야의 ‘가정교사’로 불리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기타오카 위원장은 아베 정권이 2014년 7월 단행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와 2015년 8월 아베 담화의 기초가 된 ‘21세기 구상 간담회’의 ’좌장 대리’ 역할을 맡은 적이 있다. 기타오카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익 제일, 미국 제일이라는 생각을 가진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미일동맹에 큰 영향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제안을 내놓은 이유를 밝혔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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