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다 도모미(가운데) 일본 방위상이 13일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돼 있는 괌 앤더슨 기지를 방문해 미군 관계자로부터 사드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괌/교도 연합뉴스
일본이 자국의 미사일방어(MD·엠디) 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자세를 보이면서 이 문제를 다루는 한·일 양국의 차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은 지난 13일 미국의 사드 포대가 자리한 괌 앤더슨 미군기지를 방문해 약 40분에 걸쳐 미군 관계자로부터 사드의 성능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나다 방위상은 이후 일본 기자들과 만나 “북핵과 미사일 위협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가운데 일본의 미사일 방위 태세 강화를 위해 새로운 장비를 검토하는 것의 일환으로 사드를 직접 확인했다. 현 단계에서 사드를 도입할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하나의 선택지로서 앞으로 무엇이 가능할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나다 방위상의 설명에서 확인되듯 일본 정부는 어디까지나 일본 자신이 주체적으로 사드를 도입할지 말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2003년 엠디 도입을 정식으로 결정한 뒤 지금까지 이지스함에 장착된 SM-3 요격 미사일과 패트리엇(PAC)-3이라는 2단 방어 체제를 유지해왔다. 적이 일본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바다의 SM-3이 대기권 밖에서 1차적으로 요격을 시도하고 이에 실패하면 지상의 최종단계에서 패트리엇이 이를 2차적으로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현재 사드 도입과 별도로 PAC-3과 SM-3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2중 방어막’에 대한 업그레이드·강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즉, “현 단계에선 사드를 도입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지만” 북핵 위협 등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갔으니, 일본 정부가 주체적으로 도입의 필요성을 검토해 보겠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는 조만간 와카미야 겐지 부방위상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드 도입 검토위원회를 설치해 올 여름까지 최종 결정을 낼 예정이다.
이에 견줘 한국 정부의 자세는 어디까지나 ‘수동적’이다. 한국 정부는 2014년 6월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이 느닷없이 사드의 한반도 도입 필요성을 제기한 뒤 2016년 7월 충분한 내부 의견수렴 없이 도입 여부와 해당 부지 등을 일방 공개한 바 있다. 현재 이 논의는 도입 지역으로 지목된 경상북도 성주 주민들의 반발로 부지 이전이 검토되는 등 내부 갈등만 커진 상황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한·일 양국에서 사드가 갖는 전략적 의미다. 중국과 일본은 지리적 거리가 떨어져 있는 탓에 일본의 사드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 일본의 사드 논의는 정해진 방위예산의 틀에서 어떻게 하면 일본의 엠디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기술적 논의’에 불과한 셈이다. 이에 견줘 한·중은 지역적 거리가 가까워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중국의 ‘핵심적 이익’을 건드릴 수 있는 전략적 현안으로 부상한 상태다. 한국 정부의 주체적인 판단이 아닌 주한미군의 의사에 의해 한-중 관계가 최악의 위기로 몰린 셈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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