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부가 17일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전용기에 올라타며 손을 흔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베트남을 끝으로 필리핀,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4개국 순방을 마쳤다. 하노이/EPA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올해도 한국을 지칭할 때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라는 표현을 제외할 전망이다. 2015년 이후 벌써 3년째다.
일본 <교도통신>은 18일 아베 총리가 정기국회 개원을 맞아 오는 20일 ‘시정방침 연설’에서 한국에 대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표현을 사용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일본 총리가 정기국회 개원에 맞춰 자신의 국정운영 방침을 밝히는 것을 ‘시정방침 연설’, 임시국회 때 행하는 연설을 ‘소신표명 연설’이라 부른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위안부 소녀상 문제를 둘러싸고 냉각되는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면서 미래지향적 협력관계의 심화를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김대중-오부치 파트너십 선언’ 이후 한국을 지칭할 때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해’라는 두 가지 개념을 모두 사용해왔다. 이는 한·일이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친구’일 뿐 아니라, 북핵 문제 등 안보 위협에 공동 대처해야 하는 ‘협력자’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아베 총리도 2014년 시정방침 연설과 그해 <외교청서>에서 한국과 일본이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이며 자유, 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등 기본적 가치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확보 등의 이익을 공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베 총리가 ‘기본적 가치’를 제외한 것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한-일 대립이 심화되던 시기와 겹친다. 일본이 한국을 칭할 때 이 표현을 빼면 양국 관계는 북핵 문제 등에 공동으로 대처해야 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의미가 축소된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10일 정례 기자회견에선 한-일 관계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라고 부른 바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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