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대학생겨레하나 회원들이 한복을 입고 세배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한일관계가 당분간 개선 기회를 잡기 힘들 전망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12·28 합의 처리를 둘러싸고 양국간 국민감정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데다 이런 흐름을 되돌릴 정치 리더십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본 극우 정서를 대변하는 <산케이신문>은 31일 일본인들 대상 여론조사에서 부산 영사관앞 평화비(소녀상)에 대해 일본 정부가 내놓은 보복 조처에 대해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이들이 전체의 80.4%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이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한국으로 ‘일시 귀국’한 나가미네 야스마사 대사를 되돌려 보낼 필요가 없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68.1%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대답했고, 한국을 외교나 경제활동 상대로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77.8%가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 사회의 이런 반한 여론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30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도 12·28 합의와 소녀상 문제 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국이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도록 끈질기게 요구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들끓고 있는 한국에 대한 불만 여론을 대한국 외교의 지렛대로 사용하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정부 안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간 ‘촛불집회’ 여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시민사회가 자발적으로 설치한 평화비를 한국 정부가 강제철거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때문에 아베 총리가 ‘한국 때리기’를 통해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진다.
<요미우리신문>은 현재 일본을 둘러싼 외교 상황을 분석하며 미·일 관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미래 전망이 불투명해졌고, 한·일 관계도 소녀상 문제로 인해 악화된데다, 중·일 관계도 정체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런 상황을 들어 일본 정부가 조기에 개최하려던 한-중-일 정상회담도 “당분간 개최가 힘들게 됐다”고 전망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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