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해온 일본의 시민단체들이 <엔에이치케이>의 일방적인 위안부 관련 보도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너무나 일방적인 보도에 큰 충격을 받았다. 위안부 문제가 (한-일 정부 간 12·28 합의에 의해) 해결됐다는 아베 정권의 뜻에 충실한 보도였다. 국책보도 그 자체가 아니었나 한다.”
2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 제2의원회관 지하 회의실에서 마이크를 잡은 시바 요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 공동대표가 지난달 24일 방송된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클로즈업 현대 플러스>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다. 일본의 열악한 여론 환경 속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전국행동’과 ‘전쟁과 여성에 대한 폭력 리서치 액션 센터’(VAWW RAC) 등은 ‘엔에이치케이’를 비롯한 일본 언론들의 일방적인 위안부 관련 보도에 항의하기 위해 이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제가 된 ‘엔에이치케이’의 프로그램은 12·28 합의 때 생존해 있던 “46명의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34명이 지원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하며 “한국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아 합의 파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흥미로운 점은 “과열하는 (한국) 여론에 대해 냉정함을 요구하는” 한국의 대표 언론인으로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전국행동 등은 지난달 31일 방송사에 보낸 공개 질의서에서 “당사자들에겐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왜 합의에 반대해 지원금 수령을 거부한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소개하지 않는지, 한국의 소녀상이 ‘당사자의 생각과 다른 형태로 설치됐다’고 단정하는 이유는 뭔지” 등을 따져 물었다.
양징자 공동대표도 결국 방송이 주장하는 것은 “(12·28 합의 반대 운동의) 책임이 한국의 시민사회에 있다는 것이지만 이는 팩트 자체로 틀린 것이다. 진정 이 문제의 해결을 원한다면 한국 시민들이 왜 이렇게 화를 내고 있는지, 왜 피해자들 가운데 (1억원이나 되는 큰돈을) 거부하는 이들이 있는지를 파헤쳐 보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 사회가 이렇게 ‘이상하다’고 일본 사회에 대고 아무리 보도를 해 봐야 양국 사회의 괴리만 커질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언론들은 매우 결정적인 착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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