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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골프회동 앞둔 아베-트럼프, 샤워도 함께 할까

등록 2017-02-10 12:02수정 2017-02-10 21:57

“외할아버지도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골프·샤워”
‘미국 방문’ 아베에 어른거리는 ‘기시’의 그림자
트럼프-아베가 열어갈 미·일동맹의 모습 주목
아베 신조 일본 총리(앞줄 왼쪽)와 부인 아키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미-일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9일 전용기 편으로 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의 앤드루 공군기지에 도착해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 앤드루 공군기지/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앞줄 왼쪽)와 부인 아키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미-일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9일 전용기 편으로 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의 앤드루 공군기지에 도착해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 앤드루 공군기지/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새 미국 대통령과 함께하는 골프 라운딩이 그렇게 자랑스러웠던 것일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9일 밤 미국으로 출발하기 직전 하네다 공항에서 11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골프 라운딩에 대해 특별한 기대감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은 아베 총리의 사상적 근원인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였다.

아베 총리가 비행기 활주로 앞에서 진행된 2분4초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1분 넘게 설명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예정된 골프 라운딩이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플로리다에서 골프와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4명이서 저녁을 함께 하는 것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 골프에 대해선 조부인 기시 노부스케로부터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플레이했을 때의 얘길 들었다. 좋은 플레이를 할 때도 있고, 나쁜 플레이를 할 때도 있다. 눈 앞에서 홀을 놓치고 분해하는 아이젠하워의 모습을 보고, 둘의 거리가 급속히 가까워졌다는 얘기를 (외할아버지인 기시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서로 일과 떨어진 (골프 같은) 활동을 통해 강한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싶다.”

1961년 일본의 한 잡지에 실린 기시 노부스케 전 일본 총리(1896~1987)의 모습. 위키미디어 커먼스
1961년 일본의 한 잡지에 실린 기시 노부스케 전 일본 총리(1896~1987)의 모습. 위키미디어 커먼스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이자 A급 전범 용의자이며 ‘쇼와의 요괴’란 별명이 있는 기시 노부스케는 재임 기간(1957년 2월~1960년 7월) 동안 2번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아베 총리가 언급한 ‘골프 라운딩’은 기시가 취임 넉달 뒤인 1957년 6월19일부터 사흘간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이뤄졌다.

19일 오전 기시는 백악관으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방문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회담 뒤 기시에게 오후에 특별한 일정이 있는지를 물으며 함께 골프 라운딩을 할 것을 권했다.

둘이 향한 곳은 워싱턴 DC 주변 메릴랜드주의 ’버닝 트리’ 골프장이었다. 둘은 심지어 골프를 마친 뒤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권유로 함께 샤워도 했다. 그리고 기시를 미국 대통령 전용차에 태워 주미 일본대사관까지 배웅도 해줬다.

이 만남을 통해 미-일 양국은 ‘미-일 신시대’를 열기로 합의하고 3년 뒤 기시의 사임을 몰고 온 미-일 안보조약 개정에 원칙적으로 합의한다. 기시는 1960년 1월19~20일 미국을 재차 방문해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안보조약 개정안에 서명한다.

그러나 조약 개정에 대한 일본 사회의 반발은 상상 이상이었다. 일본 시민들이 조약에 반대한 것은 일본 내 미군 기지를 ’극동사태’를 위해 활용할 수 있다는 조약 개정안 ’6조’ 내용 때문이었다. 실제 미국은 이 조항 등을 활용해 일본 내 미군 기지를 활용해 베트남 전쟁에 개입하게 된다. 1950년대 말~1960년에 이뤄진 일본 사회의 거센 반 기시 저항운동을 ‘안보 투쟁’이라 부른다. 32만명의 시민이 총리 관저를 둘러싼 엄청난 반대 운동 속에서 조약 개정안은 결국 성립했고 기시는 7월 총리직을 사임하게 된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여러 인터뷰나 대담을 통해 자신의 사상적 근원은 외할아버지인 기시라고 밝힌 바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15년 4월 말 일본 총리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미 상·하원 합동 연설에 나선 자리에서였다.

“1957년 6월 일본의 총리대신으로 이 연단에 선 내 조부 기시 노부스케는 다음과 같은 말로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일본이 세계의 자유주의 국가와 연대하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과 이상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 58년이 지나 이번 상·하원 합동회의에 일본국 총리로서 처음으로 연설할 수 있는 기회를 받은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초대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백악관에서 공화, 민주 양당 상원의원들을 만나 대법원 판사 지명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백악관에서 공화, 민주 양당 상원의원들을 만나 대법원 판사 지명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기시는 미-일 안보조약을 개정해 미-일 동맹을 좀 더 동등하고, 쌍무적인 것으로 만들려 했다. 그리고 그 외손자인 아베 총리는 미일동맹을 기존의 지역 동맹에서 미국이 가는 곳이라면 자위대도 어디든 달려가 지원하는 ‘글로벌 동맹’으로 강화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국가(IS) 박멸을 위한 전쟁에 나설 경우 자위대는 이 전쟁에 가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트럼프와 아베가 만들어갈 미일동맹은 어떤 모습이 될까. 그리고 두 정상은 아이젠하워와 기시가 그랬던 것처럼 함께 샤워도 하게 될까?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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