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형 전자기업인 도시바가 3·11 후쿠시마 원전 참사 여파 속에서 창사 이후 최대 경영위기에 몰리게 됐다.
도시바는 14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원자력 사업의 실패로 7125억엔(약 7조1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번 손실로 도시바는 지난해 4월~12월 분기까지 4999억엔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 현재 이미 1912억엔의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확인된다.
도시바는 1875년 일본의 실업가 다나카 히사시게가 창업한 1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의 대표 기업 가운데 하나다. 도시바의 주력 사업은 ‘반도체’와 ‘원전’ 부분으로 나뉜다. 도시바는 2006년 1월 세계적인 원자력 기업인 웨스팅하우스를 매수해 원전 부분을 강화한 바 있다.
도시바가 경영 위기에 빠진 것은 3·11 원전 참사 영향으로 해석된다. 웨스팅하우스는 미국의 원전 건설 기업을 매수하며 공격적 경영에 나섰지만, 3·11 참사 이후 원전에 대한 미국 내 안전 기준이 강화되고, 그 여파로 원전 건설비용이 폭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의 안전기준 강화로 미국 내 노무비가 37억달러(약 4200억엔), 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조달 비용이 추가로 18억달러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회계 부정도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영 위기 돌파를 위해 도시바는 핵심 부분인 반도체 사업을 분사한 뒤 주식을 매각해 자본잠식 상태를 탈출할 예정이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주식의 과반수(경영권)를 유지하는데 집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 전망은 밝지 않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원전이 모두 타격을 받은데다 그동안 경영 재건을 위해 백색가전이나 의료기기 자회사 등 알짜 기업들을 이미 매각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회사를 이끌어갈 견인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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