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쿠릴열도 4개 섬 가운데 하나인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에 도착해 아이들과 사진을 찍었을 때의 모습. AP 연합뉴스
러시아가 러-일 간에 영토분쟁이 진행중인 북방영토(쿠릴열도 남단의 4개 섬)에 올해 안에 1개 사단을 새로 배치하기로 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22일 러시아 하원에서 진행한 보고에서 “쿠릴열도 방어를 위해 활발한 작업을 진행중”이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23일 일제히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배치가 끝나면 “현재 수천명 수준인 북방영토의 러시아군 병력이 1만~2만명 수준으로 대폭 증강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러시아의 움직임에 대해 “쿠릴열도의 다른 섬들과 북방영토를 한 덩어리로 묶어 장기적으로 군 거점으로 만들려는 구상이 분명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그동안에도 북방영토 4개 섬 가운데 일본이 반환을 요구하는, 가장 큰 에토로후와 구나시리에 군인과 가족들을 위한 주택, 학교 등을 짓는가 하면, 지난해 11월엔 지대함 미사일인 발과 바스티온을 배치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4개 섬 가운데 가장 작은 시코탄과 하모마이 군도는 반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방영토는 블라디보스토크에 위치한 러시아 극동함대가 태평양으로 나가는 통로다. 러시아가 이들 영토를 일본에 돌려준 뒤, 미국이 미-일 안보조약에 따라 이 지역에 군사기지를 설치하면 극동함대의 움직임이 크게 제한받을 수 있다. 그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들 섬에 미군이 절대로 들어서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냐”고 물은 바 있다.
일본은 4개 섬 일괄 반환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방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군비 강화는 ‘북방영토는 일본 고유 영토’라는 일본 입장과 맞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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