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의회에서 ‘모리토모학원’ 특혜 의혹을 해명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매각, 인가 문제에서 나와 아내는 물론 사무실도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만약 관여했다면 나는 정치가로서 책임을 질 것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24일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몰아세우는 야당 의원들의 성토장이 됐다. 이달 초 드러난 오사카의 학교법인 ‘모리토모학원’의 학교부지 특혜 분양 문제가 아베 총리의 정치 생명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본격적인 정치 스캔들로 발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사건과 자신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그렇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 “정치가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까지 밝힌 상태다.
이번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모리토모학원은 오사카 요도가와구에서 ‘쓰카모토 유치원’을 운영하는 학교 법인이다. 이 유치원은 아이들에게 “우리는 일왕의 충량한 신민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옛 군국주의 시대 ‘교육칙어’를 암송하게 하거나 옛 일본 군가를 가르치는 우익 교육으로 그동안에도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본격적인 사달이 나기 시작한 것은 이 학교법인이 유치원에 이어 초등학교 설립을 추진하면서부터였다. 모리토모학원은 2016년 6월 학교 설립을 위해 오사카부 도요나카시에 자리한 관련 부지(8770㎡)를 매입하면서 일본 정부의 감정가인 9억5600만엔의 14%에 불과한 1억3400만엔에 땅을 사들이는데 성공한다. 땅 지하에 콘크리트나 폐 자재 등 쓰레기들이 묻혀 있어 이를 제거하려면 감정가와 실제 매각가의 차액에 해당하는 8억엔 정도의 비용이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견줘 해당 지자체인 도요나가시는 국가로부터 이 땅과 도로 하나 끼고 마주한 또 다른 부지(9492㎡)를 10배나 비싼 14억2380만엔에 사들였다. 보수적인 <요미우리신문>마저 24일 “국가가 매긴 감정평가액보다 8억엔이나 싼 1억3400만엔에 매각이 이뤄졌다. 그로 인해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학교법인과 아베 총리 사이의 관계다. 모리토모학원은 새로 신설되는 초등학교의 명예교장으로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를 위촉하고, 설립을 위한 모금 과정에서 학교 이름을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로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학교법인의 가고이케 야스노리 이사장은 아베 총리의 ‘필생의 과업’인 개헌을 지지하는 일본 우익단체인 ‘일본회의’의 오사카 지역 임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 “점령기에 이뤄진 연합군최고사령부(GHQ)의 교육 방침이 현재 일본 교육을 망쳐놨다”고 말하는 등 아베 총리와 매우 흡사한 교육관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 때문에 일부 일본 누리꾼들은 이번 사건을 ‘일본판 최순실 사건’이라 비꼬고 있다.
아베 총리는 자신과 학교법인과의 관계를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이날 자신과 모리토모 학원의 관계를 추궁하는 야당 질문에 “(학교 법인이) 자금 모금 과정에서 함부로 내 이름을 사용했다. 그래서 항의하고 사과를 받았다. 부인의 경우도 여러 번 거절했는데도 명예교장 맡아달라고 해 어쩔 수 없이 이름을 넣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본 회계검사원은 이번 매각이 적법하고 정확히 이뤄진 것인지 다각적 관점에서 검사를 벌이기로 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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