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부인 아키에가 베트남 순방을 떠나는 아키히토 일왕 부부를 배웅하기 위해 나와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총리 부인은 가고이케 야스노리 (모리토모학원) 이사장과 언제부터 알게 됐나. 그리고 몇번이나 만났나.”(고이케 아키라 공산당 의원)
“언제부터인지 모른다. 처는 사인이다.”(아베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인인 아키에가 학교 부지 헐값 매수 의혹을 받고 있는 오사카 학교법인 모리토모학원이 새로 만드는 초등학교의 명예교장직을 맡은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 정계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가고 있다. 아베 총리는 “나와 처가 이번 사건에 관여됐다면 총리는 물론 의원직도 사임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지만, 아키에가 새 학교의 명예교장으로 이름을 올린 것은 물론(지난달 24일 자진사퇴), 우익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는 이 학교법인의 강연회에 수차례 강사로 나서는 등 깊은 관계를 맺어 온 것이 사실로 확인되는 중이다. 그러자 아베 총리는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내 처는 사인”이라며 답변을 피하거나 “처를 범죄자 취급하는 건 불쾌하다”며 역공세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의 대통령 부인은 공인이지만, 일본 총리 부인의 경우 지위가 애매한 편이다. 그동안 아베 총리에겐 비판적이었던 한국 언론들은 아키에에 대해선 호의적 시선으로 보도해 왔다. 아키에가 열성적인 한류 팬인데다, 원전 재가동 등 여러 현안에서 남편의 정책에 반대하는 등 ‘가정 내 야당’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키에는 일본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관련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등 이따금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모습을 연출하긴 했다.
니시다 료스케 도쿄공업대학 준교수(사회학)는 2일치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아키에는) 애초 신도 등 정신론이나 옛 일본의 모습을 예찬하는 의식이 강한 사람이었다. 여성 활동의 상징처럼 언론이 다뤘지만, 그동안 주목되지 않던 면이 지금 밖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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