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정부가 40년 이상 지켜 온 ‘방위비 1% 원칙’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겠다는 인식을 명확히 밝혔다.
아베 총리는 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 방위비가 “1%를 넘는 것도 시야에 넣겠냐’는 가타야마 도라노스케 일본유신의모임 의원의 질문을 받고 “아베 정권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1% 이하로 억제할 생각이 없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안전보장 환경 등을 감안해 가면서, (어려운) 재정 상황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효율적으로 일본인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생각이다. 1%라는 상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자신이 2012년 12월 재집권에 성공한 뒤 4년 연속 방위비를 인상해 온 점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매우 높게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1976년 미키 다케오 총리 시절 ‘일본의 방위비는 국민총생산(GNP)의 1% 안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뒤 1980년대 후반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도 이를 꾸준히 지켜왔다. 아베 총리가 이 원칙을 바꾸면 집단적 자위권 행사 금지, 무기수출 3원칙에 이어 일본이 오랜 시간 유지해 온 방위 원칙을 또 하나 허무는 게 된다.
현재 일본에선 새로 등장한 트럼프 시대에 맞춰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이전보다 양적·질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런 일본의 결심을 보여주듯 아베 총리는 지난달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일본은 (미일)동맹에 있어 더 큰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일본의 보수파는 자국의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시급히 손을 대야 하는 문제로 방위비 1% 원칙 해소와 북한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적기지 공격능력’ 확보를 꼽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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