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영방송인 TBS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과정을 생중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 결정 소식을 알리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에 일본 정부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양국간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10일 박 대통령의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온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 문제 등을 생각해 봐도 일본과 한국의 협력과 연계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있어 불가결하다. 한국 내정 그 자체에 대해선 코멘트를 피하려 하지만, 새 정권과도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해가야 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한합의는 일본과 한국 양국 정부가 계속해 성실히 이행해 가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과제다. 일본도 물론이지만 한국도 성실한 이행을 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엔에이이치케이>(NHK) 방송 등 일본 언론들도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온 직후 뉴스 속보를 통해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막 ‘최순실 의혹’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탄핵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언도했다. 박 대통령은 곧바로 직을 잃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루게 됐다. 한국의 대통령이 파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아사히신문> 등도 인터넷 판에서 박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긴급 속보를 내보내며 “대통령의 권한은 다음 대통령이 결정될 때까지 황교안 총리가 수행한다. 대통령 선거일은 5월9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어 한국 헌법재판소 앞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헌재 결정을 둘러싼 한국의 긴박한 분위기와 결정을 환영하는 한국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후엔 총리관저를 카메라를 내보내 이번 사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외무성 담당자로부터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한 보고를 받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해 말 한국 국회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이뤄진 직후부터 이번 사태의 영향에 촉각 곤두세워 왔다. 박 대통령이 탄핵되면 12·28 합의 등 그동안 아베 정권이 애써 이룩한 여러 외교적 성과가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아베 정권은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지에 관계 없이 12·28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고 북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한-일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며 한국의 차기 정권을 견제하는 한편, ’일시 귀국’시켰던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두달 넘게 복귀시키지 않는 등 강경한 대한 정책을 유지해왔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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