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윤태호씨가 사용하는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그의 작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국내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돼 큰 인기를 모았던 <미생>(작가 윤태호)이 일본 정부가 주최하는 예술제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일본 문화청은 17일 올해로 제20회를 맞는 미디어예술제에서 <미생>을 만화 부문 우수상 수상작으로 뽑았다고 밝혔다. 우수상은 대상에 이어 2위에 주어지는 상이다. 대상은 이시즈카 신이치의 <블루 자이언트>가 수상했다.
이번 시상식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일본 만화가 이누키 가나코는 <미생>에 대한 선정 이유로 “현재 한국 젊은이들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을 쉽게 꿰뚫어볼 수 있었다. 등장인물들이 때로는 패배하고, 때로는 승리하며 바둑판에서 수가 이어지듯 이야기가 전개되는 구성력이 놀라웠다. 특히 한국에서 사회현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작품이라는 사전평가가 높았다. 일본에서도 이런 상황이 이어진지 오래됐다. (일본 경제가 호황이었던) 버블시대는 먼 꿈 같은 얘기가 된지 오래다. ‘사토리(일본어로 깨닫다는 의미) 세대’라 불리는 일본의 젊은이들도 작은 바둑판과 같은 사회에서 승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토리 세대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자신의 생활조건이 나아질 수 없음을 깨닫고 꿈을 포기한 채 현재의 열악한 현실에 그럭저럭 적응해 살아가는 소시민적인 일본 젊은이들을 뜻하는 말이다.
드라마로 방영된 <미생>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미생>은 지난해 번역본이 일본 대형 출판사 고단샤에서 나왔고, <후지 TV>를 통해 <호프(HOPE) 기대치 0%의 신입사원>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다. 일본 미디어예술제는 아트, 엔터테인먼트, 애니메이션, 만화 등 4개 부분에서 우수한 작품을 뽑아 대상, 우수상, 신인상 등을 선정해 수상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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