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핀란드·스웨덴·에스토니아 3국을 방문하고 11일 귀국할 예정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부가 9일 핀란드 반타에 위치한 헬싱키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반타/AFP 연합뉴스
일본 아베 신조 내각 지지율이 2012년 말 출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각료들의 실언과 우익적 정책 강행으로 비판에 휩싸여 실각한 아베 1차 내각의 위기가 반복되는 것일까?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7~9일 108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이 36%로 아베 2차 내각이 출범한 2012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지난달 17~18일 조사치보다 지지율이 13%포인트 급락했다. <아사히신문>이 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 지지율은 33%로 역시 2차 내각 출범 뒤 최저였다.
최근까지도 철옹성처럼 보였던 아베 내각의 급작스런 위기는 아베 총리가 자신과 가까운 이들에게 특혜를 준 의혹이 짙은 학원 스캔들, 각료들의 잇따른 망언과 실언, 공모죄 강행 처리 같은 우파적 정책 강행 처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아베 1기 내각이 2006년부터 2007년 사이 1년을 못 채우고 실각했을 때와 여러모로 비슷해 보인다.
우선, 각료들의 실언과 추문이 잇따랐다. 1차 내각 때인 2007년 야나기사와 하쿠오 당시 후생노동상은 여성을 “애 낳는 기계”에 비유해 파문을 일으켰다. 마쓰오카 도시카쓰 당시 농림수산상은 정치자금 비리 의혹으로 야당의 추궁을 받다가 자살했다. 최근 아베 내각에서도 이마무라 마사히로 부흥상이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장소가 “도호쿠(동북지방)라서 다행이다”라고 했다가 사퇴했다.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은 선거에서 자위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발언을 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둘째로는 우익 이념 위주의 정책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다. 아베 총리는 1차 내각 때 애국심 교육을 강조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교육기본법 개정,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제정 등 ‘전후체제로부터의 탈각’에 주력했다. 아베 총리의 우익적 성향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지만 2차 내각 출범 초기에는 이념적 정책보다는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경제정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참의원 선거에서도 아베 총리는 주로 경제정책을 강조한 선거전을 펼쳤다. 하지만 선거 압승 이후 아베 총리는 공모죄 법 강행 통과, 2020년 도쿄올림픽 이전까지 평화헌법 개헌 추진 같은 이념적 성격이 강한 정책을 집중 추진하다 역풍을 맞고 있다.
하지만 현재 아베 내각은 1차 내각에 비해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누리고 있다. 일단 현재 지지율 36%는 2007년 사임 직전 29%보다는 상당히 높다.(<요미우리> 조사 기준) 결정적 차이는 ‘대안 부재’다. 2007년 9월 아베 총리 사임 직전 <엔에이치케이>(NHK) 조사에서 당시 제1야당인 민주당 지지율은 24.5%로 자민당(27.4%)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뒤를 이은 민진당 지지율은 현재 10%도 되지 않아 자민당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지역정당인 도민퍼스트회가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 비판 표를 흡수해 압승했지만, 고이케 지사의 중앙정치 진출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우파적 성향의 고이케 지사가 중앙 정치로 복귀해도 아베 총리와 연대할 가능성이 있다. 또 고이케 지사가 아베를 제치고 ‘포스트 아베’가 되는 상황이 벌어져도 우파 정권의 성격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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