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학 스캔들’에 대해 해명하려고 일본 중의원에 출석해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이 있다. 내 친구가 관여돼 있으니 국민들이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24일 가케학원 스캔들로 인해 열린 국회 ‘폐회 중 심사’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정중한 태도로 일관했다. 가케학원 스캔들은 아베 총리가 미국 유학 때부터 친구로 지내는 이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법인 가케학원에 수의학부 신설 허가라는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폐회 중 심사는 정기국회 폐회 뒤 의원들의 요청으로 특정 안건을 논의하는 자리인데, 이날 중의원의 폐회 중 심사는 사실상 가케학원 스캔들 청문회라고 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야당의 추궁에 대해서 지금까지는 “조작”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지난달 정기국회 폐회 뒤 기자회견에서 “깊이 반성한다”고 했지만, 이때도 “(야당의 비판에 대해서) 강한 어조로 반론한 것이 결과적으로 정책 외의 논의를 부추겼다”며 야당 탓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아베 총리는 “국민들이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자세를 한껏 낮췄다. “지금까지 내 답변은 그런 관점(친구가 관여돼 있다는 점)이 빠져 있어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항상 국민 시선에 서서 정중하고도 정중하게 설명을 거듭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아베 총리의 태도가 변한 이유는 지지율 하락이 ‘위험 수역’ 안으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전국 유권자 1073명을 대상으로 22~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26%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 2007년 아베 1차 내각 붕괴 직전 지지율이 29%였다. 2008년 후쿠다 야스오 내각(25%), 2009년 아소 다로 내각(20%), 2010년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20%)이 무너지기 전 지지율도 20%대였다.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39%로 나왔지만, 이 역시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아베 2차 내각 발족 뒤 실시한 여론조사 중 최악의 수치다. 이 신문 조사에서 ‘정권에 오만함이 있다’고 답한 이가 65%에 달했다.
아베 총리가 ‘겸손 모드’로 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는 “(가케학원 이사장) 가케 고타로는 오래전부터 친구이지만 내가 개별 안건에 대해서 지시를 한 적은 전혀 없다”며 의혹 자체는 전면 부인했다. 가케학원 수의학부 신설 건을 인지한 것도 담당 부서인 문부과학성이 “총리의 의향”이라고 적은 문서를 작성한 지난해 가을이 아닌 올해 1월이라고 말했다.
“총리의 의향”이라고 적힌 문서가 있다고 폭로한 바 있는 마에카와 기헤이 전 문부성 차관은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즈미 히로토 총리보좌관이 (지난해 자신과의 면담에서) ‘총리가 자기 입으로 (수의학부 설립 허가에 속도를 내라고) 말할 수 없으니 대신 내가 말한다’고 했다”고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이즈미 보좌관은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주장이 양립하지만 여론은 총리를 믿지 못하겠다는 쪽이다.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 아베 총리의 설명을 신뢰할 수 없다고 답한 이들이 76%에 달했다. 신뢰한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야당은 마에카와 전 차관과 이즈미 보좌관을 참고인이 아니라 위증하면 처벌받을 수 있는 증인으로 소환하자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가케학원 청문회’는 25일 참의원에서도 열린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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