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시에 설치되어 있는 위안부 기림비. 22일 시장이 민간단체의 기증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위안부 기림비 설치를 공식화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스티븐 와이트 페이스북 갈무리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일본 정부의 집요한 방해에도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위안부 기림비 수용을 공식화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에드윈 리 샌프란시스코시 시장은 22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 시내 세인트 메리 스퀘어 공원에 지난 9월 설치된 위안부 기림비를 시가 공식 수용한다는 문서에 서명했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앞서 지난 9월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중국계 미국인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위안부정의연대(CWJC)가 중심이 되어 위안부 기림비를 시에 기증하는 형식으로 설치했다. 샌프란시스코시 의회는 지난 14일 기림비와 유지비용 기증을 받아들이는 결의를 채택했고, 시장이 이를 최종적으로 승인했다. 위안부 기림비는 한국과 중국, 필리핀 소녀가 서로 손을 잡고 둘러서 있고, 이를 한국 거주 위안부 피해자 중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실명으로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가 바라보는 형상이다. 조각가 스티븐 와이트가 만들었으며 제목은 ‘여성 강인함의 기둥’이다. 현지 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와이트는 이 조각을 만들때 1000통이 넘는 항의 메일과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까지 나서서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설치를 끝까지 막으려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샌프란시스코 시의회가 위안부 기림비 설치를 승인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서 “일본 정부 입장과 맞지 않으며 극히 유감”이라며, 샌프란시스코시 시장이 시의회 결의안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해달라는 요청을 일본 정부가 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시 시장은 시 의회 결의안에 대해서 10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하지만, 시장은 일본 정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시와 60년 자매 결연 관계인 일본 오사카시의 요시무라 히로후미 시장은 샌프라시스코 시장이 위안부 기림비 설치 승인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자매 결연 관계를 끊겠다고까지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위안부 기림비 설치 공식화 문서에 서명하면서, 두 도시 자매결연 관계가 끝날 수도 있다.
다만, 오사카시의회 자민당과 공명당 의원들이 샌프란시스코시와 자매결연 관계를 끊는 데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역사 문제는 중앙정부가 해결할 문제” 또는 “자매 결연을 끝내는 것은 미-일 분열책에 말려드는 것”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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