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20일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을 동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3월 말~4월 초에 이뤄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현 중앙정보국장)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이 매우 좋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며 3~4차례 면담이 이뤄졌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아사히>는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을 방문한 폼페이오 국장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환대했다. 면담은 3~4차례나 이뤄졌다. (이를 통해 5월 말~6월 초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국장과의 회담 결과가 만족스러웠던듯 ‘나와 이렇게 배짱이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회담의 성과를 살리려는 듯 지금도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보이는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북한에 머물며 회담을 위한 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보도를 보면, 북한 방문을 앞둔 폼페이오 국장 등 6명의 미국 정부 인사들은 먼저 한국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북한과 김 위원장에 대한 기초 정보를 제공받은 뒤 북한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국장의 면담은 방문 첫날부터 이뤄졌다고 한다. 이 만남에서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국장에게 ‘완전한 핵 폐기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2박3일에 걸쳐 이뤄진 폼페이오 국장의 방북 기간 동안 김 위원장과의 면담은 3~4차례 진행됐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이 배석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두 차례 간접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첫째는 3월 초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대북특사(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였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3월 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유훈임을 밝히며 “남한과 미국이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화답해 안정의 분위기를 만들고 평화 실현을 위해 단계적·동기적 조처를 취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사히> 보도가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에게 세번째로 분명한 비핵화 의지를 밝힌 게 된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만남을 계기로 김 위원장이 ‘정말로 비핵화를 할 의지가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실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선 북한과 국제사회가 많은 난관을 넘어야 한다. 북한은 먼저, 지금까지 추진해 온 핵과 미사일 실험을 동결해야 하고, 이후 핵시설을 불능화·폐기하는 조처가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모든 단계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 동결·불능화·폐기를 시행하는 시설을 신고하고, 국제사회는 사찰을 통해 검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어려움을 보여주듯 김 위원장은 “구체적 비핵화 조처나 기간이 북-미 정상회담에 포함되는 것을 거부”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반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국교 정상화나 그에 따른 제재 완화 등 대가가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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