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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재생에너지? 원전?…일본 에너지 계획 ‘진퇴양난’

등록 2018-07-04 16:01수정 2018-07-04 16:35

4년 만에 제5차 ‘에너지 기본계획’ 발표
원전 줄이고 재생에너지 늘이기로…대안은 제시 못해
“플루토늄 보유량 줄이겠다” 첫 선언
일 언론 “구체적 방법 없다” 비판
일본 남부 가고시마현 사쓰마센다이에 있는 센다이원전의 원자로 1호기(오른쪽)와 2호기의 항공사진. 규슈전력은 2015년 8월 센다이원전을 재가동했다. 사쓰마센다이/AP 연합뉴스
일본 남부 가고시마현 사쓰마센다이에 있는 센다이원전의 원자로 1호기(오른쪽)와 2호기의 항공사진. 규슈전력은 2015년 8월 센다이원전을 재가동했다. 사쓰마센다이/AP 연합뉴스
3·11 후쿠시마 원전 참사를 겪은 일본 정부가 4년 만에 국가 에너지 정책의 핵심 구상을 담은 ‘에너지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내놓았다. 3·11의 비극을 경험한 국가로서 원전을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를 늘이겠다는 구상이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똑 부러진 대안을 내놓진 못했다. 그밖에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플루토늄(핵무기의 원료)에 대한 국제 사회의 냉담한 시선을 의식한 듯 “플루토늄 보유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집어 넣었다.

일본 정부는 3일 일본이 앞으로 추진해 나갈 에너지 정책의 기본적 방향성을 담은 제5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각의결정(한국의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확정했다고 밝혔다. 4일 담당 부처인 경제산업성이 공개한 이 문서를 보면,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목표로 하는 에너지원별 전력 구성 비율을 4년 전과 똑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일본 정부는 2014년 4월 제4차 기본계획을 통해 일본이 소비하는 전체 에너지 가운데 화력의 비중을 50%대, 원자력의 비중을 20~22%,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율을 22~24%로 맞출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얼핏 보면 당시 계획에서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문서 곳곳을 읽어보면, 일본 정부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이 문서에서 “일본이 에너지 전략을 구상할 때 항상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하나는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경험한 국가로서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높이고, 가능한 한 원전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화석 연료가 부족하고 파이프라인과 송전망을 통해 타국과 에너지를 공유하기 쉽지 않은 섬나라의 특성을 고려해 늘 에너지 기술과 희소자원을 개발·확보해야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재생가능에너지를 미래 “주력 에너지원”으로 삼겠다고 밝혔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경제산업성의 2017년 11월 자료를 보면, 2016년 현재 일본의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은 15%(이 중 수력이 7.8%)에 불과하다. 3·11 이후 고정가격매수제(FIT) 등을 도입해 태양광 발전 등에 엄청난 투자를 했지만 2010년에 10%에서 5%포인트 끌어올리는데 그쳤다. 물론, 이것도 놀라운 성과지만, 애초 기대했던 것과 같은 극적인 변화는 아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일본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원자력 발전을 “중요한 기저 부하(base-load) 전원”이라 위치 짓고 2030년까지 원전 비율을 20~22%(2016년 비율 2%)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그 전망도 밝지 않다. <아사히신문>은 “이 수치를 달성하려면 30기 정도의 원자로를 재가동해야 하지만, (3·11 이후 작성된) 신 규제기준에 의해 재가동한 원자로는 9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2030년까지 원전의 비율을 20% 초반까지 끌어 올리려면 신규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지만, 이번 안엔 그와 관련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 사회의 뿌리 깊은 ‘반핵’ 정서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 역시 “헌법 개정 등 다른 정책과제를 우선시하고 있는 총리관저가 국내 반발을 우려해 (원전 신규 건설을) 시기 상조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일본의 에너지 정책은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은 생각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원전 재가동도 하지 못하는 진퇴양난에 몰려 있는 셈이다. 결국 이를 메우고 있는 것은 화력 발전이다. 일본의 화력발전 비율은 2010년 61.8%에서, 2013년 88.4%, 2016년 83%로 급증했다. 지난해 탈핵을 선언한 한국 사회도 ‘강 건너 불 구경’할 수 없는 문제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 6000발 분(총 46.9t)에 상당하는 플루토늄 양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점이다. 일본 정부는 “이용 목적이 없는 플루토늄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앞으로도 견지하면서, 플루토늄 보유량을 삭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플루토늄 보유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일반 원자로에 플루토늄에 우라늄을 섞은 혼합산화물(MOX) 연료로 때우는 ‘플루서멀 발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플루서멀 발전은 정체돼 있다. 구체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단이 없다”(<아사히신문>), “어디까지 (플루토늄 보유량) 삭감이 가능할지 불투명한 면이 있다”며 정부 계획에 구체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따가운 주변국의 시선을 의식해 플루토늄을 줄여가겠다는 원칙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못한 셈이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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