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6년 동방경제포럼에서 회담하는 모습.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올해 연말까지 러-일 평화조약을 맺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일본은 “영토 문제를 해결해야 평화조약을 맺을 수 있다”는 기존 견해를 바꾸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12일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동방경제포럼이 열리고 있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내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다. 먼저 (러-일이) 평화조약을 맺자. 지금 바로 하자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올해 연말쯤 조건 없이 평화조약을 체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뒤에 이 평화조약을 토대로 러-일이 친구로서 모든 분쟁 중인 문제에 대한 대화를 이어나가자”고 말했다. 푸틴이 언급한 ‘분쟁 중인 문제’란 러-일 간의 해묵은 현안인 북방영토(쿠릴열도 남단의 4개 섬)의 귀속 문제인 것으로 해석된다.
러-일 사이에 60년 동안 갈등이 이어져 온 북방영토 문제는 두 나라 간의 평화조약 체결 문제와 밀접히 연결돼 있다. 소련과 일본은 세계 2차대전을 끝내고 국교를 회복하며 1956년 2월 ‘소일공동선언’에 서명했다. 당시 두 나라는 양국 관계를 가로 막는 거대한 벽인 ‘영토 문제’ 해결을 보류하고 국교만 정상화하는 타협안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소-일은 공동선언 9조에 양국이 평화조약을 체결한 뒤 “(4개 섬 중 에토로후와 구나시리는 계속 소련이 보유하고) 하보마이와 시코탄을 일본에 넘겨준다”는 데 합의한다. 그러나 일본에선 이후 소련에게서 2개 섬이 아닌 4개 섬을 모두 한꺼번에 반환 받아야 한다는 ‘4개섬 일괄반환론’이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으로 굳어지게 된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소련이 1956년에 동의한 2개 섬도 반환하지 않는 채 일단 평화조약을 체결하자는 ‘선 평화조약, 후 영토문제 해결’ 주장인 셈이다.
일본은 반발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12일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알고 있지만, 그 의도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겠다”면서도 “일본의 입장은 이따금 말하듯 북방 4개 섬의 귀속 문제를 해결한 뒤(4개 섬을 러시아로부터 돌려받은 뒤),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것이다. 이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